기재위, 안건 순서 밀려 논의 불발
“21대 국회내 처리 어려워” 관측도
여야가 16일에도 국가채무와 재정 적자를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처리하지 못했다. 2020년 10월 정부의 재정준칙 법제화 방침 이후 재정준칙 도입 논의가 31개월 넘게 공전하면서 여권에서는 “이대로라면 21대 국회 내 처리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민간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등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회의 전 “법안 심사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법안 심사가 길어지면서 소위 안건 순서상 마지막에 배치된 국가개정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서고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초 국가재정법을 이날 소위에서 논의한 뒤 22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방침이었지만 소위 논의가 불발되면서 22일 전체회의 처리 역시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은 소위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내일이라도 (추가 논의를) 위해 야당 간사와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급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당은 재정준칙 도입이 지연되는 것은 민주당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과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정부 조달의 일정 부분을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생활협동조합에서 구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가 재정 건전화를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면서 시민단체 등에 지원금을 퍼주는 법안을 받아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재정준칙과 관련해 ‘못 받아 줄 것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면서도 “결국 사회적 경제 기본법 등 다른 법안과 연계 처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정준칙 도입이 21대 국회 내에 처리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위 관계자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 정부 여당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받아줄 가능성은 낮다”며 “결국 재정준칙 논의가 내년 총선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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