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동료 의원 관련 등
21대 국회 3년간 속기록 수정 100건
“막말 감추기 용도로 자구 정정 활용”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못 믿을 사람들이 교수 집단이야, 제일 못 믿을 집단이.”
2020년 11월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기준 완화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현 충남도지사)은 교수들이 하는 예타 조사가 폐쇄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동석한 의원들이 “속기록에 남는다” “교수들 쫓아온다”라고 황급히 말렸다. 그러자 김 의원은 “(교수들) 없어서 (말) 하니까 이르지 말라. 기록은 남겨도 좋은데”라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발언은 국회 속기록에선 기존 30자 발언이 “나는 교수들이…” 6자로 수정됐다.
18일 동아일보가 국회사무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21대 국회 속기록 자구 수정 내역’을 확인한 결과 21대 국회 3년 동안 국회 회의록 수정이 총 100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대 국회 4년간 71건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의 허가가 있으면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발언을 수정(자구 정정)할 수 있다.
문제는 자구 정정을 ‘막말 감추기’ 용도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국회 회의록 규정에 따르면 자구 수정은 △법조문이나 숫자를 잘못 발언 △특정 어휘를 유사한 어휘로 변경 △간단한 앞뒤 문구 변경 △기록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한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수정 사례를 보면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21년 9월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위에서 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세월호 참사 뒤 지어진 진도 국민해양안전관 운영비를 정부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진도 해산물이 막말로 그대로 표현하면 ‘○○ 물 먹은 해조류다’ 해 가지고”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수정 요청을 통해 해당 발언은 “사고 해역이라는 이유로 진도 해산물에 대한 인식도 나빠져서”로 바뀌었다.
동료 의원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가 고친 사례도 있다. 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2021년 10월 21일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을 거론하며 “친구들을 많이 괴롭히셨답니다”고 말했지만, 속기록에선 “친구들과 많이 다투셨답니다”로 수정했다. 또 21대 국회에서는 “야지 놓고”를 “야유 하고”로, “사기에요”를 “말이 안 돼요”로, “여순반란”을 “여수·순천 10·19사건”으로 수정하는 사례도 있었다.
역사의 기록인 국회 속기록을 의원들이 마음대로 사후 수정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2021년 6월 국회 속기록 수정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안(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2년 가까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