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론 처음… 내일 위령비 참배
尹 “대한민국이 여러분들 보호할 것”
행사 마무리 발언서 “다시한번 사과”
호주-베트남 총리와 연쇄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 동포들과 만나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다.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 원폭 동포를 만난 것은 처음으로, 윤 대통령은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할 예정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과 만나 “동포들이 입은 피해는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면서 입은 피해로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저와 기시다 총리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공동 참배할 예정”이라며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정상이 한국인 위령비를 참배하는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오랜만에 고국에 오셔서 모국이 그동안 얼마나 변하고 발전했는지 꼭 한번 가까운 시일 내에 봐 달라”며 피폭 동포 등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 윤덕민 주일대사와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준오 한국원폭피해대책특별위원회 4대 위원장은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저희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또 미래에도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며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며 “동포들이 오랫동안 바라던 대통령님의 원폭 피폭자 여러분과의 만남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했다. 두 살 때 원폭 피해를 입은 권양백 히로시마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고문도 “오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감격을 느끼고 있다”며 “선배 영령들에게 저 세상에서 만나게 되면 대통령님 오셨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행사 마무리 발언에 나선 윤 대통령은 “제가 정부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와서 우리 동포가 이런 슬픔과 고통을 겪는 그 현장에 고국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리고,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 동포가 러시아에 살든, 일본에 계시든, 미국에 있든, 또 어디서 태어나셨든 간에 여러분 다 재외동포시고, 대한민국의 국가와 정부가 여러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정부를 대표해서 여러분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간담회에 앞서 윤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한-호주 정상회담에 대해 “양 정상은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이 인태 지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하에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찐 총리와의 회담에서 “베트남에 진출한 8000여 개의 우리 기업은 양국 간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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