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의 일환으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이런 가운데 주최 측인 인도네시아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이번 회의 참석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외무상의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이 성사될 경우 이를 계기로 한 남북한 외교수장들 간의 조우도 기대해볼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일본 히로시마(廣島)대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된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대담에서 ‘대북 외교소식통’을 인용, “인도네시아가 올여름 열리는 ARF 회의에 최 외무상이 참가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북한 측과 공유하고 있다”며 “이번 ARF 회의에 최 외무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다자 안보 협의체다. 이와 관련 2016~18년 ARF 외교장관회의 땐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작년 ARF 외교장관회의 땐 최선희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인도네시아대사 겸 주아세안대표부대사가 나왔다. 당시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우려에 따라 외교관들의 해외 출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라 2020년 1월부터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하는 등 대외 교류를 대폭 축소해왔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턴 중국·러시아와의 철도 교역을 부분적으로 재개했고, 이르면 내달 중 북중 간 국경 개방이 전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9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AG)에도 대표팀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 외무상의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 참석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다만 마키노 교수는 최 외무상이 ARF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한미일과는 접촉하지 않고 중국과 회담하면서 한미일 3국을 비난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ARF엔 현재 남북한을 비롯해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일본·유럽연합(EU) 등 총 27개 국가·지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작년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환영 만찬장에서 북한 안 대사와 조우해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당시 안 대사는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박 장관을) 만난 적 없다. 아무 말도 안 했고, 만날 생각도 없다”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 장관은 작년 ARF 회의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등 거듭된 도발을 규탄한 반면, 안 대사는 북한의 이른바 국방력 강화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대북 적대정책에 따른 자위적 조치’란 주장을 폈다고 한다.
북한은 올해 ARF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해 이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ARF 외교장관회의는 2020~21년엔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고려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작년부턴 다시 대면회의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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