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에) 출석 체크는 했지만 외부에서 일을 보고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무소속 하영제 의원)
“목디스크가 심해서 중간 중간 쉬어줘야 한다.”(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
동아일보가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92개 안건 중 의원 1인당 평균 표결 참여율이 68건(7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회의에 지각해 표결을 놓치거나, 표결이 진행 중인데도 조기 퇴장하는 여야 의원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다.
이날 국회 사무처가 집계해 공지한 출석률은 재석 299인 중 출석 286인에 청가 8인, 출장 2인으로 95.7%였다.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잠깐 얼굴만 비춰도 ‘출석’한 것으로 기록되는 시스템상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각 등원 뒤 92번째 마지막 안건 1개만 투표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무소속 하영제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출석은 했지만 표결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는 오후 3시11분에 시작했고, 첫 번째 의안인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3시26분에 표결에 부쳐졌는데, 15분도 되기 전에 자리를 떠난 것.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역시 출석은 했지만 표결이 시작되기 전 본회의장을 나갔다.
두 사람은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미처 못 돌아왔다”고 해명했다. 하 의원은 외부 업무 때문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고, 이 의원은 “세계사형반대운동연합과 간담회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다시 못 들어왔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총 92건의 표결이 이뤄졌는데, 투표 도중에 나간 의원도 수두룩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각각 4번째 의안인 ‘공인중개사법 개정안’까지만 표결하고 오후 3시32분부터는 불참했다. 김 의원은 4건 중 3건만 표결에 참여했다. 허 의원은 “오후 5시에 법원 증인 출석이 있었다”고 했다.
지각해 초반 표결을 건너뛴 의원들도 있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본회의가 시작한 지 2시간20분 지나 이뤄진 마지막 의안 표결에만 참여했으며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회의 시작 1시간 50분 뒤 진행된 49번째부터 표결에 참여했다. 성 의원 측은 “본회의 개의 때 왔다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5분 자유발언 준비로 자리를 비웠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도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좀 늦었다”고 했다.
중간중간 자리를 비우느라 표결을 건너뛴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참여와 불참을 반복하며 총 23개 표결에만 참여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처음 9개 의안을 표결한 뒤 10번째~34번째 법안은 건너뛰고 다시 표결에 참여했다가 44번째 법안부터는 쭉 불참했다. 이처럼 여러 의원들이 수시로 불참하면서 이날 의원 1인당 평균 표결 횟수는 67.4건, 73.2%에 불과했다. 표결에 전참한 의원은 44명으로 15.4%에 그쳤다.
● 출석율은 상위권이어도 표결율은 바닥
이 같은 상습적 ‘표결 불참’ 탓에 본회의 출석률과 실제 표결 참여율이 크게 차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경우 21대 국회 들어 열린 128회 본회의 출석률은 86%였지만 표결율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20%로 나타났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출석률은 93%로 상위권이었지만, 표결율은 53%에 그쳤다. 박 의원은 “지역구(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가 군이 4곳이라 행사를 빠짐없이 참여하려다 보니 본회의에 늦거나 먼저 나가는 경우가 조금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느슨한 출석 체크가 불성실한 표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법을 제정하고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책무”이라며 “표결을 하지 않고 도중에 빠지는 건 결국 자기 개인 플레이를 위해 본회의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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