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의총 반발에도 ‘폐지’ 보고
이재명도 ‘대의원 비중 축소’ 시사
비명 “개딸의 힘 늘려주겠다는 꼴”
“이게 당 위기 해법인가” 지적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촉발한 ‘코인 게이트’ 등으로 휘청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당 혁신 방안을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대의원제 폐지·축소 방안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는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문제 해결이 혁신의 출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이 당 혁신기구 출범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의총 반발 다음 날 ‘대의원제 개선’ 보고
28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끌고 있는 당 정치혁신위원회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 대의원제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25일 의원총회에서 “대의원제 폐지가 왜 갑자기 논의되느냐”는 반발이 나왔지만, 의총 직후 당 지도부에 대의원제를 손봐야 한다는 제안이 보고된 것. 이날 보고된 방안은 두 가지로 현재 60 대 1 수준인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20 대 1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아예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를 모두 1표로 바꾸는 안이다.
한 친명계 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에서 준비한 대의원제 개편안을 두고 당내 공론화를 시작할지, 앞으로 출범할 혁신기구에서 논의를 이어갈지를 두고 조율 중”이라고 했다. 친명계에서는 “혁신기구가 대의원제 폐지·축소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100%”라고 자신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재명 대표도 24일 당원들과의 대화에서 “당도 당원이 주인이라고 하는데 실제 주인인지 아직 의구심이 많은 상태”라며 대의원 비중 축소 뜻을 밝혔다.
친명계의 이런 움직임은 각종 악재가 더해진 상황에서 대의원제 폐지를 통해 당 혁신의 의지를 보이고, 국면 전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권리당원 중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의원 힘빼기’는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당내 영향력 강화 도모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권리당원의 대의기구인 대의원제의 의미는 이제 없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다들 의견 표출을 할 수 있는 마당에 대의원이 왜 필요하냐”고 했다.
● 비명계, “개딸 문제 해결이 혁신 출발”
반면 비명계에는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개딸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인데, 오히려 개딸의 힘을 늘려주겠다는 꼴”이라며 “당이 대중의 정서와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고 있는 근본 원인은 개딸”이라고 지적했다.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에 대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60%에 달한 것은 강성 지지층 중심의 당 운영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용진 의원도 26일 경북 안동 지역위원회 행사 방문 때 이 대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그분들은 제게 ‘탈당하라’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민주당의 지도자를 자임하고,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라면 이런 잘못된 행동에 단호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등 현 지도부가 대의원제 개편을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혁신기구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새로운 혁신기구가 나오는 마당에 대의원 관련 문제를 지금 의결하고 발표하면 혁신기구의 역할이 제한된다”며 “혁신기구의 역할을 보장해주기 위해 당 차원의 추진 발표를 미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도 “대의원제 축소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이 여러 가지 위기에 처한 지금 시점에서 해법으로 왜 이런 방안을 꺼내 든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당 일각에서는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이 대표가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여야가 격돌하는 국정감사, 예산 국면 전에 당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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