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정부 지원금을 네 차례(연간 1회) 지원받은 시민단체 53곳 중 19곳(36%)이 올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전 정부 5년 동안 단 한 번도 지원금을 받지 못한 시민단체 38곳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동아일보가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행안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된 시민단체는 총 1023곳(중복 지원 포함)으로, 이 중 4차례 이상 집중 지원을 받은 단체는 104곳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 정부가 ‘최근 5년 연속 선정 단체’를 지원에서 제외하기로 정하면서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지원을 받았던 시민단체 51곳은 자동으로 배제됐다. 여기에 전임 정부에서 4차례 지원받은 곳 중 19곳이 올해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집중 지원을 받았던 단체 중 올해 지원 대상이 된 곳은 34곳(33%)에 그쳤다. 올해 지원 대상은 총 180곳으로 이 중 약 21%인 38곳이 신규 선정됐다.
행안부는 매년 2, 3월경 지원사업 선정 단체를 발표해 올해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선정이었다. 이 지원사업은 다른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단체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권교체 이후 첫 지원사업 선정 결과 평화운동연합, 자연환경사랑운동본부 등 통일, 탄소중립 운동 단체들은 제외됐고 블루유니온, 통일미래연대 등 안보 및 북한인권 관련 단체 등이 새롭게 선정됐다.
文정부때 지원 못받은 시민단체 38곳, 尹정부 들어 새로 지원
본보, 6년간 지원현황 분석 친환경단체 지원은 대폭 줄고 거짓뉴스 감시단체 신규 지원 5년연속 받은 곳 대상서 제외… 회계평가 낮아도 지원 않기로
#북한군 출신의 새터민 최현준 대표가 2011년 설립한 통일미래연대는 탈북 청소년의 정착 지원이 주된 활동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이 단체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올해 처음으로 33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한반도 평화 위기 극복을 위한 평화지킴이 캠프’ 등의 사업을 한 평화운동연합은 문재인 정부에서 네 차례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이 단체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지난해 말에도 사업 지원을 신청했지만 올해 지원 대상에선 빠졌다.
동아일보가 28일 행정안전부의 ‘2018∼2023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윤석열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정부 보조금을 지급 받은 단체의 변화가 뚜렷했다. 1년 평균 지원 단체 규모는 204.6개(문재인 정부)에서 180개(윤석열 정부)로 줄었고 친환경, 남북 교류 등의 사업 추진 단체가 빠진 자리에 안보, 북한인권 단체들이 새롭게 포함됐다.
● ‘남북 교류’ 대신 ‘북한 인권’ 단체 지원
전임 정부 5년 동안 행안부 지원 대상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가 올해 새롭게 지원 받는 단체는 38곳이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해온 한반도개발연합은 ‘탈북민 사회안전망 보장’ 사업으로 정부 지원을 받게 됐고, 다문화·새터민 청소년 지원 사업을 하는 한중여의도리더스포럼도 처음으로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2010년 창립된 국제구호 및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 국제푸른나무는 문재인 정부 동안 ‘한반도 평화 통일 스케치북’ 사업 등으로 총 1억2200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처럼 남북 교류 사업이 아닌 북한 인권이나 새터민 지원 사업 등이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은 정권이 바뀐 뒤 정부의 뚜렷한 대북 정책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분야 단체들도 올해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탄소중립 목표달성’ 사업 등으로 네 차례 지원을 받은 자연환경사랑운동본부는 올해 정부 지원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역시 5년 동안 네 차례 지원을 받은 환경사랑나눔회도 ‘하천 생태계 복원’ 사업을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그 대신 ‘팩트체크위원회’를 운영 중인 보수 성향의 미디어감시기구 공정미디어연대는 올해 신규 지원 단체에 포함됐다. 또 ‘시민안보단체’를 표방하는 블루유니온도 올해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다만 ‘생명나눔 인식개선’ 사업 등을 진행해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각종 청소년 지원 사업을 펼쳤던 지역아동센터전국연합회, 응급처치 교육 등을 해 온 대한구조협회 등 142개 단체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지원을 받게 됐다.
● 행안부, 보조금 지원 제외 기준 강화
올해 행안부 지원 단체 명단이 크게 바뀐 것은 달라진 지원 요건도 영향을 미쳤다. 행안부는 지난해 말 지원사업 시행공고를 내면서 ‘최근 5년 연속 지원사업에 선정된 단체’와 ‘전년도 사업종합 평가에서 회계 분야 50점 이하인 단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새롭게 명시했다. 보조금 부당집행으로 인한 환수금액 기준도 ‘200만 원 이상’에서 ‘100만 원 이상’으로 바꿔 기존보다 지원 제외 기준을 강화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지원을 받은 시민단체들이 방만한 운영을 해 정부 보조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가 시민단체 등에 지급되는 국고 보조금에 대한 전면 재정비를 추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받는 보조금은 행안부 지원사업과 같은 정부 직접 지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비율을 공동 부담하는 ‘매칭 펀드’, 지자체 및 각 시도교육청을 통한 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1월 “최근 연간 100조 원 수준으로 급증한 국고보조금이 부정 수급되지 않도록 보조금 관리체계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도 시민단체 보조금 검증 등 움직임에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후원금 사용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시민단체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승격시켜 당의 특별위원회로 운영할 계획이다. 특위는 3선의 하태경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변호사,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 등이 위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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