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고위급 회담’ 제안 이틀만에
北 “행동으로 의지 보여라” 조건
코로나 봉쇄 3년만에 ‘대화’ 언급
日 “17명 납북” 北 “이미 해결” 실제 회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
북한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29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국경 봉쇄 이후 사실상 3년 넘게 외부와 대화를 끊고 한미일을 겨냥한 도발을 해온 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북한은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 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달아 실제 대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일본 납치자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은 북한에 납치 생존자 귀국을 요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 담화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나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한다. 내가 직접 맞선다는 각오로 납북 문제에 임해 왔다”며 “그것을(납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고자 한다”며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피력했다.
● 北 “日과 만나지 못할 이유 없어”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27일 일본인 납북자의 귀국을 촉구하는 국민 대집회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는데 이틀 만에 대화가 가능하다고 공식 답변한 것.
일본은 1970, 80년대 일본에서 실종된 사람 다수가 북한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며 북한에 납치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북한은 일본인 13명의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당시 생존해 있던 납북 일본인 5명을 일본으로 귀환시켰다.
현재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치자 부모 세대 중 생존자는 요코타 메구미 모친인 요코타 사키에 씨(87) 등 2명뿐이다.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은 올 2월 “모든 피해자의 일괄 귀국이 실현되면 대북 인도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 일본인 납치 관련 북-일 입장 달라
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차관급을 내세웠고 양국 간 일본 납북자 문제 관련 입장이 상반된 만큼 실제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박 부상도 “기시다 수상이 ‘전제조건 없는 조일(북-일) 수뇌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며 “말이 아닌 실천 행동으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이미 다 해결된 납치 문제와 우리 국가의 자위권을 놓고 문제 해결을 운운한다”면서 “선행한 정권들의 방식을 가지고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해결해 보려고 시도해 보는 것이라면 오산이고 괜한 시간 낭비”라고도 했다.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고, 북한의 핵무력 강화 등도 일본이 문제 삼지 않아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본인 17명이 납북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귀환시킨 5명을 제외한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온 적도 없다면서 납치 사건은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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