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 위성’ 추진체 예상 낙하 지점 보니… “ICBM 성능 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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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30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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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6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6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조만간 발사를 예고한 ‘정찰위성 1호기’ 2단 추진 로켓 예상 낙하지점이 7년 전 ‘광명성 4호’ 위성 발사 때보다 육지로부터 더 멀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위성 발사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종류의 로켓엔진을 사용하고 있단 점에서 그만큼 ICBM 기술력이 고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30일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의 항행경보 상황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일본 해상보안청에서 제공한 항행경보를 바탕으로 서해 2곳과 필리핀 동쪽 해역 1곳 등 총 3곳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구역을 설정, 이달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항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세계항행경보시스템(WWNWS)에 따라 서태평양 일대 항행구역경보(NAVAREA) 조정을 전담하는 일본 해상보안청은 전날 북한 당국으로부터 ‘31일부터 내달 11일 사이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란 통보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날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 입장문에선 정찰위성 1호기를 “6월에 곧 발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예고에 따라 항행경보가 발령된 3곳 가운데 가장 북쪽 해역은 충남 대천항에서 직선거리로 230~300㎞가량 떨어진 서해 공해상이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실은 로켓을 쐈을 때 1단 추진체가 떨어질 곳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에 따른 항행경보 발령 지역. (해양수산부)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에 따른 항행경보 발령 지역. (해양수산부)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1단 추진체 낙하 예상 지점은 북한의 2012년 ‘은하 3호’ 및 2016년 ‘광명성’ 로켓 발사 때보다 발사 장소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 가까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1단 추진체 연소가 더 빨라진다는 뜻으로 추력이 더 강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 서쪽 약 300㎞ 공해상에 항해경보가 발령된 곳엔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에서 페어링(위성 보호덮개) 등이 낙하할 것으로 추정된다. 거리상으론 우리나라보다 중국에 더 가깝다.

이와 함께 필리핀 루손섬 동쪽 700~1000㎞ 공해상에도 항행경보가 발령됐으며, 이곳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때 2단 추진체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단 추진체 낙하 예상 지점만 비교하면 은하 3호·광명성 4호 때보다 북한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2단 추진체 연소 시간은 북한의 기존 로켓보다 길고 비행속도는 더 빠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성 발사용 우주 로켓은 기본적으로 ICBM과 원리가 같다. 이 때문에 북한의 위성 발사 또한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2018년부턴 이른바 ‘비핵화’ 문제를 화두로 미국 등과의 정상외교에 나서면서 한동안 ICBM 발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2019년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간 실무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의 다시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북한은 작년에만 8발, 올 들어서도 벌써 3발의 ICBM을 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ICBM 기술은 아직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궤도에 위성을 쏴 올리는 기술은 상당 부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3월 국회 답변에서 “(북한이) 그동안 ICBM을 발사하면서 위성발사를 위한 기술을 축적해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리 부위원장이 언급한 “미국과 그 추종 무력들의 위험한 군사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감시·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위성이 ‘정찰위성’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려면 지상의 가로·세로 각 1m 미만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서브미터’급 카메라를 탑재해야 하지만, “북한의 현 기술력으론 3m 크기를 식별하는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말 우리 군이 발사할 예정인 정찰위성엔 지상의 0.3m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카메라가 탑재된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날씨 등 환경만 뒷받침되면 6월 중 최대한 이른 시점에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보통 위성 발사 기간을 통보할 땐 첫날을 기준으로 하고 나머지는 예비 개념인 경우가 많다”며 “한미일 등의 주요 안보 관련 이벤트에 맞춰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날부터 나흘간 제주도에선 우리 정부가 주관하는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회의와 아시아·태평양 순환훈련 ‘이스턴 엔데버 23’가 잇달아 진행된다. 또 내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땐 한미 및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위성 발사 땐 보통 하루 전에 위성체를 실은 발사체를 발사대에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성 발사가 임박한 시점이 되면 관련 움직임이 한미 등이 감시자산에 곧바로 노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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