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30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 현황에 대해 적극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권익위 부위원장은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만나 “선관위 자녀 채용과 관련해 권익위에 신고가 접수됐고, 이에 대해 채용비리신고센터에서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익위가 선관위에 ‘6월 1∼30일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의사도 공문으로 전달했고, 여기에 대한 선관위 입장을 내일까지 답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국회에서 가상자산 전수조사 촉구 결의안이 채택된 것과 관련해선 “가상자산 관련 결의안이 권익위에 도착했다. 공직을 수행하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국민 요구에 부응해 전수조사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진정성이 있으려면 현실적으로는 국회의원들의 개인정보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조속한 개인정보 동의서 제출을 촉구했다. 이어 “(가상자산은) 보안성과 기밀성이 매우 강한 유형의 자산이므로 권익위가 조사에 착수해도 관련 정보에 사실상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전수조사 의지도 표명했다. 전 위원장은 “장·차관과 고위공직자도 공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적 이해관계에 부응하는 이해충돌 상황을 반드시 회피해야 하고 이해충돌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일하다”며 “고위공직자들의 개인정보 동의서 제공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 요구에 부응해서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조사단 구성과 관련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권익위 정무직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장과 현 정부에서 임명된 부위원장 3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형식적으로는 여야 동등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상호 견제하에 조사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모두 가상자산 전수조사에서 직무를 회피하고 일체의 보고나 지시받지 않고 개입하지 않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권익위에 대해 여야가 공히 있을 수 있는 의구심,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국회 요구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6월 27일 자신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조사단 구성과 조사 원칙 확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 내에 조사를 끝내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전 위원장의 이 같은 구상은 권익위 지도부 사이에서 정식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전날 전 위원장의 긴급 기자간담회가 공지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페이스북에서 “독임제 장관 기관이 아닌 위원회 기관에서 국민 관심이 집중된 중요 현안에 관해 위원장 일방에 의한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권익위는 가상화폐 전수조사나 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 현재까지 내부적인 의견수렴절차를 거친 바가 없다”며 “정무직인 사무처장, 중앙행정심판위원장과 저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 아직 논의한 바 없고, 실·국장 등 고위공무원단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전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권익위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며 “임기 한 달도 남지 않은 위원장이 참여할 공간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긴급 간담회를 잡은 것과 관련해 다음달 자신의 임기가 끝나면 공정성 의혹으로 국회의원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가 있어 강력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관한 물음엔 “처음부터 끝까지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규정된 직무상 독립을 지키고 임기를 지키겠다는 말씀을 일관성 있게 드렸다”고 답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