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청문 절차를 밟아온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예정된 임기(7월 말) 두 달여를 앞두고 30일 면직 처리됐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차기 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수장 공백 사태를 맞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A4 한 장 분량의 공지를 통해 “인사혁신처에서 송부한 한 위원장에 대한 청문 조서와 의견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면직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다”라며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한 위원장에 대한 청문 조서와 의견서를 대통령실로 송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 이유로 방통위원장으로서의 공정성 의무 위반, 이미 한 위원장이 기소된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3가지 사유를 들었다. 대통령실은 “공소장과 청문 자료에 의하면 한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방통위 담당 국·과장과 심사위원장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먼저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으로서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은 실무자로부터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 동 방송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며 점수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의 공정성을 저버렸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거론하며 “한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의 일부 심사위원에게 부탁해 TV조선 평가 점수를 사후에 재수정함으로써 일부 항목을 과락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 조작 사실을 모르는 방통위원들을 속여 TV조선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 결정이 내려지도록 하는 등 위계로써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위원장이 불구속 기소된 혐의 중 하나인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대통령실은 “평소 TV조선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오던 민언련 소속 A를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 위원에 포함하도록 직접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방통위 상임위원들과의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라며 “방통위가 정한 내부 기준을 무시하고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유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마음대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위원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해 대통령실은 “TV조선 평가 점수를 사후에 조작했다는 언론 취재가 들어오자 ‘방통위는 TV조선 점수 평가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면직을 위한 법리적 검토, 필요한 절차는 모두 끝난 상태라 절차적인 지연이 있을만한 요소가 없었다”며 “중대한 범법 혐의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해 방통위원장으로서 자질과 도덕성에 문제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 위원장이 종편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점 등이 방통위설치·운영법상 면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청문 절차를 진행해왔다.
한 위원장은 면직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내고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는 대통령대외협력특보를 맡아 윤 대통령과 소통해 온 이동관 전 청와대홍보수석비서관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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