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채용’ 전수조사… 퇴직자도 포함
사무총장 35년만에 외부 출신 검토
‘공모 없이 추천 채용’ 방식도 폐지
노태악 위원장 “송구” 오늘 입장 발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1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을 면직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송 사무차장 딸 사례처럼 공모 없이 채용을 진행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11건의 ‘아빠 찬스’ 의혹 사례가 나온 경력채용 규모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5급 이상만 대상으로 했던 자녀 채용 전수조사를 퇴직자를 포함한 모든 직급으로 확대하는 한편 35년 만에 외부 출신 인사로 사무총장을 임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사퇴는 일단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노 위원장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 ‘핀셋 채용’ 폐지하고 전·현직 전수조사
선관위는 31일 사퇴 의사를 밝힌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을 면직 처리하고 이들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면직과 별도로 선관위는 두 사람이 자녀의 선관위 경력채용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고위공직자 범죄를 다루는 공수처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각각 장관급, 차관급인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의 위법 사항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선관위가 실질적인 1, 2인자인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에 대해 수사 의뢰까지 고려하는 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도 불구하고 아무 징계 없이 퇴직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국가공무원법상 퇴직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정무직으로, 이대로 면직 처리되면 공무원 연금 삭감과 공직 재임용 제한 등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한 선관위 인사는 30일 동아일보 통화에서 “법적으로 정무직의 퇴직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두 사람의 사퇴를 보류시킨 채 징계나 수사를 계속하면 개혁을 위한 후임 인선을 할 수 없고, 급여도 계속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선관위는 특혜 채용의 경로로 지목받는 ‘비다수인 대상 채용 제도’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격오지 근무자를 공개 공고 없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추천 등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송 사무차장의 딸이 2018년 이 제도를 통해 충북 단양선관위에 경력채용됐다. 또 최근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던 경력채용도 대거 줄일 계획이다.
또 5급 이상 전·현직자 조사 결과 11건의 ‘아빠 찬스’ 사례가 드러난 만큼 모든 직급으로 전수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선관위는 최근 추가로 파악된 특혜 채용 사례 5건이 모두 퇴직자의 자녀로 밝혀지면서 퇴직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수사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전수조사는 국민권익위원회와 합동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35년 만에 외부 출신 사무총장 검토
여기에 조직 쇄신과 신뢰 회복을 위해 선관위는 외부에서 사무총장을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노 위원장 등 선관위원 9명은 이날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긴급위원회의를 갖고 이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법제처 출신인 한원도 전 사무총장이 1988년 사임한 이후 35년째 15명의 사무총장을 내부 승진으로 임명해 왔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너무 할 말이 없을 만큼 잘못이 많은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외부에 적절한 인사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긴급위원회의에 앞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며 이번 특혜 채용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다. 노 위원장은 “제도적 개선과 감사 결과를 내일(31일) 발표할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응할 때까지 그런 방안을 고민하고 국민을 또 실망시켜 드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다만 노 위원장은 사퇴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선관위원들 사이에서도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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