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첫 정찰위성 이름 ‘광명성’ 아닌 ‘만리경’으로…선대 그림자 지웠나

  • 뉴스1
  • 입력 2023년 5월 31일 14시 13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점검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점검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31일 발사한 첫 군사정찰위성의 이름을 ‘만리경-1호’로 명명했다. 이 위성을 실은 ‘천리마’라는 이름의 발사체(로켓)도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첫 정찰위성의 발사 실패를 시인하면서 위성과 로켓의 이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다만 북한은 이름의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첫 위성은 1998년 8월 발사된 ‘광명성 1호’였다. 이어 2009년 ‘광명성 2호’, 2012년에는 ‘광명성 3호’와 ‘광명성 3호 2호기’, 2016년에는 ‘광명성 4호’를 발사하는 등 그간 발사한 위성의 이름으로 줄곧 ‘광명성’을 고수했다.

이번에 ‘만리경’이라는 새 이름이 등장한 이유는 위성의 기능 및 성격 차이로 볼 수 있다. 그간 발사된 ‘광명성’ 위성들이 실용위성이었던 것과 달리 이날 발사가 시도된 위성은 군사적 목적의 정찰위성이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멀리까지 선명하고 정확하게 보기 위한’이라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인 30일 발표한 입장에서 정찰위성의 역할에 대해 “미국과 그 추종 무력들의 위험한 군사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 판별하고 사전억제 및 대비하며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앞으로도 광명성이라는 이름은 실용위성에, 만리경이라는 이름은 계속 군사적 목적의 위성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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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광명성이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가 ‘선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를 담아 새 이름을 붙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김 총비서는 지난 4월 “기상관측위성, 지구관측위성, 통신위성 보유를 ‘선점고지’로 정해야 한다”라면서 군사정찰위성 외 다른 위성들을 개발할 의지를 피력한 바 있어 향후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이날 북한이 발사체 이름을 ‘천리마’라는 새 이름으로 호명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천리마는 북한 내부에서는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한 캠페인에 자주 사용되던 말이다. 1950년대 대중 운동(캠페인)의 이름이 ‘천리마 운동’이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1998년 첫 위성을 발사한 로켓은 ‘백두산 1호’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발사한 위성의 발사체는 ‘은하’로, 2016년 사용한 발사체는 ‘광명성’으로 명명한 바 있다. 모두 이른바 ‘대포동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발사체에도 새 이름이 등장했다는 것은 북한이 그간 선보이지 않은 새 발사체를 등장시켰다는 뜻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합참 관계자도 이날 북한이 공식 발표 때 ‘신형 위성운반로케트’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미뤄봤을 때 새로운 발사체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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