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채용 특혜 의혹으로 31일 면직된 송봉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이 비공개로 진행된 선관위 경력 채용에 자신의 딸을 직접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 등 전현직 간부 4명의 자녀 경력 채용 과정을 자체 조사한 선관위는 이런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된 정황을 발견하고 4명 모두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의뢰를 검토했던 선관위는 법리 검토 결과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관위는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원회 등과 진행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감사위원회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고, 감사원도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선관위가 이날 발표한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송 사무차장은 2018년 충북선관위가 공고 없이 지방자치단체 추천을 받는 ‘비다수인 채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사 담당 직원에게 자신의 딸을 직접 소개하고 추천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송 사무차장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파견 중이었는데 충남 보령시 소속 공무원이었던 딸을 충북선관위 인사 담당자에게 추천한 것.
지난해 박 사무총장 자녀 채용 과정에서는 면접위원들이 평가표 채점란을 공란으로 둔 채 면접자들 10명의 순위를 정한 뒤 등수를 표기해 인사 담당 직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면접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인사 담당 직원이 채점표의 평가 항목마다 ‘상·중·하’로 점수를 매겼는데, 선관위는 이 순위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자녀 채용 때는 인사 담당 직원들이 인사기록 카드 가족관계란을 통해 신 상임위원 자녀의 지원 사실을 알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김정규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자녀 면접 때는 면접위원이 모든 평가 항목을 같은 점수로 채점했다.
지금까지 ‘아빠 찬스’ 의혹이 드러난 것은 수사 의뢰된 4명을 포함해 총 10명이다. 이는 5급 이상 전현직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서류 조사 결과로, 추후 권익위와 전수조사 과정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
선관위는 이날 ‘아빠 찬스’ 재발을 막기 위해 공모 없이 채용을 진행하는 ‘비다수인 경력 채용’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공채로 인력을 충원하고, 면접위원을 외부에서 위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선관위는 사무총장 등 정무직을 대상으로 한 검증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관행 등에 대한 개선안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개혁 방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를 통해서 기관의 전체적인 문제를 한번 짚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감사원도 이날 선관위 자녀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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