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날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의 발사 장면을 대외 매체를 통해 1일 공개했다. 발사체 용도가 위성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신형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 기술을 활용한 액체 연료 기반의 로켓으로, 최근 급하게 조성한 새 발사장에서 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된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이 불꽃과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가는 사진 2장을 게재했다.
사진에 나타난 발사 장소는 바닷가 근처로 기존의 서해위성발사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북한이 지난 두 달 동안 설치한 새 발사장(제2발사장)에서 천리마 1형을 쏘아 올린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서해위성발사장에서 3km가량 떨어진 새 발사장은 최근 공사가 마무리됐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지난 2개월 동안 급조해서 건설한 새 발사대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발사대 없이 콘크리트 패드 위에 발사체를 고정하고 발사한 것으로 보여 고정 발사대로서 장기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임시 발사대의 성격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총 3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의 머리 부분, 즉 최상단의 페어링(덮개) 부분도 눈에 띈다. 상단부는 몸체보다 큰 ‘가분수’ 형태로 북한 미사일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사일은 탄두부가 몸체보다 얇다.
장 센터장은 “이러한 가분수 형태의 위성발사체 형상은 통상 대형 발사체가 취하는 특성인데 북한은 중소형급의 위성발사체”라며 “신형 발사체의 발사용량 능력을 과대하게 선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페어링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엔진 점화 모양을 볼 때 액체연료가 사용됐다는 점도 확인된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는 형상인 데 사진 속에는 액체연료 화염의 특징인 촛불 형태가 고스란히 보인다. 발사체의 불꽃도 여러 줄기로 나타나 엔진들을 묶어 결합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ICBM인 화성-17형에 들어가는 액체연료 기반의 백두산 엔진이 적용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실패한 과업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주민들은 접근하지 못하는 대외용 매체로 전날에는 발사 후 약 2시간 30분 만에 국가우주개발국 발표로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이는 국제사회를 향해 전날 발사체가 ICBM 등 무기체계가 아닌 위성임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자신들의 위성발사가 정상적인 조치임을 강변하며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2년 4월 13일 ‘광명성 3호’ 발사 때에도 실패 사실을 대외에 공개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조선중앙TV, 라디오 등을 통해서도 보도했는데 이번 실패는 현재까지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모두 보도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발사 장면을 대외에 공개한 것과 관련 “오늘 공개된 사진을 보면 정상적인 위성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사가 위성 발사였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 하고,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어 “본인들이 국제기구에 통보한 사안이고,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어서 숨길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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