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 주요의사 결정 모임’으로 지목된 ‘5인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매일 오전 회의를 진행하는 김기현 대표와 김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들을 이 5인회로 지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대표가 주요 당직자들과 현안 협의를 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분위기이지만, 한편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계파화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1일 여권에 따르면 5인회는 김기현 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윤재옥 원내대표도 포함된다는 말도 있다.
거론되는 인사가 5명을 넘으면서 ‘5인회’ 실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날(5월31일)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5인회에 대한 질문에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느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5인회 멤버로 추정되는 인사 중 윤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김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들이다. 이들은 매일 오전 8시에 열리는 비공개 전략회의 참석자이기도 하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 일정상 회의 참석이 정례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핵심 인사들이 모여 현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같은 ‘5인회’의 존재가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이 1명도 도전하지 않은 배경으로도 지목됐다. 최고위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모임으로 인해 현역 의원들 입장에선 최고위 입성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5인회를 처음 언급한 이용호 의원은 이번 선거에 현역 의원이 단 1명도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거기에 걸맞나, 혹시 들러리냐, 실제 중요한 핵심 의제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있다)”라며 “용산이 아닌 당내에서도 5인회가 있다는 이런 얘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5인회’에 대한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자신이 임명한 주요 인사들과 현안을 두고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최고위원회의는 당 대표의 의견을 관철하는 기구가 아닌 개별 최고위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회의에 앞서 당 대표가 핵심 참모들과 입장을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란 설명이다.
최근까지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성일종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의 기능은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이분들이 사전협의를 하고, 협의가 끝나면 최고위원을 포함해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든가 한다.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도 중요하다”며 “무슨 얘기를 갖고 이용호 의원께서 말씀하셨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5인회’를 두고 ‘문고리’, ‘십상시’, ‘윤핵관’ 같은 특정 계파를 지칭하는 듯한 말로 선거를 앞둔 당을 혼란하게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
공식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가 있는 상황에서 자칫 5인회가 사적 모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점에 특정 계파 모임으로 인식될 경우 향후 공천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란 시선도 있다.
이준석 대표 시절 수석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던 허은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 대표는 원내대표 활동을 할 때도 늘 주요 회의 전에, 8시부터 도시락을 먹으며 회의를 했었다. 늘 시간을 쪼개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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