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고위직들의 자녀 특별 채용 의혹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형님 찬스’ 의혹까지 불거졌다. 선관위 간부의 친동생이 형이 일하는 선관위에 경력 채용됐고, 이직한 지 1년도 안 돼 승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1일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실에 따르면 강원선관위 박모 사무처장(2급 이사관)의 친동생인 박모 씨는 2014년 2월 경기 고양시청에서 근무하다 경기 고양선관위로 옮겼다. 당시 경기도선관위가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내 7급 이하 행정직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전입 희망자 9명 모집 공고를 냈고, 박 씨가 여기에 응시해 합격한 것. 당시 4급이었던 박 씨의 친형은 한국외국어대에 교육 파견 중이었다.
또 앞서 드러난 ‘아빠 찬스’ 사례와 유사하게 박 씨도 이직 11개월여 만인 2015년 1월 7급으로 승진했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아들도 2020년 1월 인천 강화군청에서 인천선관위로 경력 채용된 지 6개월 만에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아들도 2021년 12월 경기 안성시에서 서울선관위로 옮겨와 6개월여 만에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8급 공무원으로 2년 이상 근무하고 선관위 전입 6개월이 지나면 누구나 승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박 씨 형제는 선관위 핵심인 중앙선관위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박 씨는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중앙선관위에서 일했고, 형인 박 처장도 이 기간 중앙선관위 의정지원과장과 미디어과장 등을 지냈다. 이 의원은 “‘아빠 찬스’에 이어 ‘형님 찬스’까지 드러나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단순히 자체 감사로 이 사태를 마무리하면 안 된다”며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는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자녀에 이어 형제 특혜 채용까지 불거진 것을 두고 “선관위가 과거의 관행을 못 버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지낸 김호열 한국정치문화연구원장은 “과거 선관위가 자체 승진시험을 통해 직원들을 충원하기 전에는 지방자치단체나 우체국 등 외부에서 알음알음 필요할 때마다 부족한 인원을 충원해 왔다”며 “문제는 시대가 변했는데도 일부 간부가 타성에 젖어 가족들을 특채해 요직에 앉히고, 바로 승진시켜 동료 직원들의 위화감과 국민 불신을 불러일으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