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위성-이지스함-레이더 등 동원
美하와이 통제소 통해 韓-日과 공유
정보 사각지대 없이 일사불란 대응
발사원점 정보 등 한정… 中우려 불식
한미일 국방장관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사흘 만인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연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warning data)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구축·가동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3국 간 공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위성과 이지스함, 레이더 등 한미일의 정보자산이 각각 수집한 미사일 발사 원점, 비행 궤적, 탄착지 등 핵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 3국이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美 ‘허브’로 한일, 발사 원점 등 실시간 공유
이번 합의에 따라 한미일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의 ‘허브’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하와이 연동통제소가 맡게 된다. 군 관계자는 “하와이 연동통제소가 주한미군의 연동통제소와 주일미군의 지휘통제시스템(C4I)을 연결해 한미일의 실시간 경보 정보 공유망을 구축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와이 연동통제소는 지난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을 계기로 한미일 3국이 참가한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 때도 정보 공유의 중추 역할을 맡은 바 있다.
현재 북한의 미사일 도발 시 한미는 한국군 연동통제소와 주한미군 연동통제소를 연결시켜 실시간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위성과 정찰기, 이지스함, 장거리 대공 레이더 등 양국 군 감시자산이 포착한 비행 궤적과 예상 탄착지 등을 지휘통제시스템(C4I)으로 실시간 연결해 공유하는 방식이다.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도 같은 방식의 공유 체계를 가동 중이다. 한일 간에는 이런 공유 시스템이 없어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는 2014년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협정(TISA·티사)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한일 양국이 수집한 북한 미사일 정보를 미 국방부에 전달하면 미 국방부가 ‘제공국’의 승인을 거쳐 제공하는 방식이어서 실시간 공유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분초를 다투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상황과 핵위협 고도화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군 소식통은 “3국 간 실시간 경보 정보가 공유되면 지구 곡률 때문에 북한 미사일의 하강 및 탄착 관련 정보 수집에 취약했던 우리 군이 일본에서 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 있고, 일본은 우리 군이 수집에 유리한 상승 단계 정보를 곧바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탐지 분석의 오차와 ‘정보 사각지대’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3국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정보는 북한 미사일의 ‘발사 예상 지점’과 ‘비행 궤적’, ‘예상 탄착 지점’ 등에 국한된다고 군은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의) 경보 정보만 공유하려면 정보를 필터링해야 하고, 제대로 걸러졌는지 검증도 필요하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3국 간 통신망(네트워크) 등 기술적 논의를 진행해 수개월 내 진전을 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미일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이 편입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 북한이 한미일에 대한 핵공격 위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의 정당성을 부각하면서 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 한미일 해양차단훈련 등 5년 만에 완전 복원
한미일 3국 장관들은 이번 회담에서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연합 해상훈련도 모두 복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년간 멈췄던 3국 간 해양 차단 훈련과 대(對)해적 훈련은 올해 안에 재개하는 동시에 이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지난해에 재개한 대잠수함전 훈련과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 정례화를 포함한 연간 3국간 연합 훈련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세부 일정은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와 미국 인태사령부, 일본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참 격) 간 협의로 확정될 예정이다.
이로써 3국 군사협력 수준이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시작 전으로 완전히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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