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성향-우크라戰 러 옹호 등 논란
비명계도 “이재명의 사당화” 비판
李 “마녀사냥식 정쟁 유감” 물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69·사진)이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임명 9시간여 만에 사퇴했다. 이 대표는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의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역량 있고 선망 있는 분들을 주변 의견을 참조해서 잘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현충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임명이 발표된 직후 최근까지도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천안함은 자폭’ ‘코로나는 미국발’ 등 음모론성 주장을 비롯해 반미(反美) 성향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 옹호 발언 등을 이어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이사장이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의 강제입원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때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던 점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에선 “개딸(개혁의 딸) 수준 인사를 혁신위원장에 앉혔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비명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의 사당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이 대표 스스로 정치생명을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 “즉각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사퇴했지만 민주당이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의혹’ 등을 수습하기 위해 띄운 당 혁신이 첫 수(手)부터 꼬이면서 ‘이 대표 책임론’ 등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일 오후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천안함 자폭’ 발언 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시민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 방식이 있는데, 그것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이 이사장을 엄호했다.
하지만 이날 이 이사장 임명 직후인 오전부터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낸 미 패권 세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는 미국” “한국 대선에도 미 정보조직들이 깊숙이 개입했을 것” 등 이 이사장이 최근까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글들이 도마에 올랐다.
결국 이날 저녁 임명 9시간여 만에 이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부실 검증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당내에서는 “이재명 지도부가 혁신한다면서 검증부터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 李, “쇄신하겠다며 부실 검증” 비판 직면
이 이사장은 이날 저녁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이사장 선임을 논의했다. 지도부는 특히 이번 인선을 고심하는 과정에서 이 이사장이 ‘운동권’ 출신인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기존 주류 세력인 운동권과 친명(친이재명) 진영 간 통합을 꾀하기 위해선 ‘운동권 대선배’인 이 이사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울대 73학번인 이 이사장은 1983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결성에 참여하면서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연을 맺는 등 ‘김근태계’로 분류된다.
그러나 다음 날 인선 발표 직후부터 이 이사장의 과거 행적 논란이 거세지자 당 지도부는 이 이사장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이 이사장은 각종 음모론 외에도 외교적으로는 정부·여당을 맹비난하며 편향된 주장을 이어왔다. 그는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윤가’라고 부르며 “윤가는 늙은 여우(바이든)의 꾀임에 빠져 자기 발등을 찍는 포탄을 전장터에 공급하다니”(5월 2일)라고 썼다. 올해 2월엔 “중국의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마치 외계인의 침공처럼 엄청난 ‘국가위협’으로 과장한다”라고 적었다.
“까면 깔수록 이재명은 깨끗하고 윤석열은 더럽다”(올해 2월)라는 등 이 대표를 적극 옹호하는 발언도 당내에선 논란이 됐다. 비명 진영에서는 “이것만으로도 혁신위원장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 “이재명 리더십 빨간불” 비명계 거센 비판
이 이사장이 임명 당일 물러나면서 비명 측 공세에는 한층 더 힘이 실리게 됐다. 한 비명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 모두 아주 예민한 상태”라며 “8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비판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기 전까지 당 지도부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점도 비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문(친문재인) 4선 중진인 홍영표 의원은 이 이사장의 임명이 발표된 지 2시간여 만에 페이스북에 “더 큰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친문 재선 김종민 의원도 통화에서 “이번 인사 참사는 ‘이재명 리더십’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이 대표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강성 지지자만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사퇴 뒤 국민의힘은 “사퇴만으로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는 없다”며 “이 대표도 천안함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부적절한 인사와 막말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차라리 김어준 씨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는 것이 낫다”라고 했고, 같은 당 안병길 의원은 “민주당이 말하는 혁신이 더 강력한 괴담들로 ‘이재명 리스크’ 물 타기를 위한 ‘이재명 보신’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당을 혁신하기 위한 기구의 장이 현재 당 대표에게 편향된 인사라는 것 자체가 고이고 고여버린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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