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교부금 집행실태 감사 결과
목적외 사용-회계처리 위반 등 적발
태양광 발전기금 비위도 추가 확인
尹 “보조금 비리 단죄, 철저히 환수”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이 100억 원 이상 부실 집행된 정황이 국무총리실 감사 결과 확인됐다. 또 총리실 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을 위해 진행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불법 사례도 추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년간 비영리 민간단체에 제공된 국고 보조금 사업에서 314억 원대 부정 사용이 적발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단죄”를 강조한 가운데 ‘혈세 낭비’ 의혹을 둘러싼 여권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정부와 여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지난해부터 실시한 교부금 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100억 원 이상 규모의 부실 집행과 목적 외 사용, 관리 부적정, 회계처리 위반 사례를 확인해 조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부정 사용이 확인된 교부금은 전액 환수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이자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불리며 노후 학교를 친환경·디지털 시설을 갖춘 학교로 개보수하는 그린스마트스쿨사업 예산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정황도 교부금 집행 상태 감사에서 대거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스마트스쿨사업 명목으로 일선 학교에 제공된 교부금이 교직원들의 뮤지컬 관람 비용, 바리스타 자격 취득을 위한 연수비 등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시설 공사에서 건설업체에 공사비를 건넨 뒤 환급받아야 할 대금을 돌려받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교부금 집행 과정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며 “내 돈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 교부금을 절약할 의지도, 전문성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을 위해 벌인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 과정에 대한 총리실의 전수조사에서는 지난해 12개 시군 샘플조사에서 드러난 2616억 원대 자금의 불법·부당 집행보다 비위 규모가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비위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것으로 안다”며 “이달 중 조사 결과 발표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민간단체 국고 보조금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혈세가 한 푼도 허투루 쓰여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7일 전 부처 감사관을 포함한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즉각 보조금 환수 등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학교 공사용 교부금으로 교직원 뮤지컬 보고 바리스타 연수”
“줄줄 샌 교부금” 학생수 감소에도 교부금 계속 늘어 2012년 39조→작년 81조원 ‘껑충’ “공사 대금 등 아끼려는 의지 없어”
“세금이 줄줄 새고 있더라.”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4일 발표한 비영리 민간단체 국고 보조금 314억 원 부정 사용에 이어 국무총리실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사에서 100억 원 이상의 부실 집행 정황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보조금과 교부금 규모가 전임 정부를 거치며 계속 증가함에 따라 정부의 관리 역량은 떨어지고, 돈을 아껴 쓰려는 민간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 정부가 내년도 보조금을 5000억 원 이상 감축하기로 한 가운데 전 정부의 보조금과 교부금 집행 과정의 위법성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 “그린스마트스쿨 예산으로 뮤지컬 관람”
국무총리실의 교부금 집행 실태 감사에서 100억 원 이상 규모의 부실 집행이 확인된 것은 학령 인구가 매년 감소하는데도 교부금 규모는 계속 늘어난 점이 1차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2년 기준 39조2000억 원이던 교부금 규모는 지난해 81조3000억 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곳간이 넘치다 보니 예산이 방만하게 쓰이고, 예산을 절감하려는 의지 자체가 떨어진다는 것. 특히 감사원 감사 결과 교육청이 최근 3년간 받은 교부금 195조1000억 원 중 42조6000억 원(21.8%)은 교육청이 재정 수요를 과다 계상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불리며 노후 학교를 친환경·디지털 시설을 갖춘 학교로 개보수하는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예산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례도 포착됐다.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용도로 지급된 교부금이 교직원 뮤지컬 관람, 바리스타 자격 취득을 위한 연수비 등으로 사용된 점도 이번 감사에서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교 시설 공사 대금을 먼저 지급한 뒤 사후 정산으로 돌려받아야 할 자금을 눈감고 지나쳐 버린 교부금도 상당액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아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며 “특히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금 집행자와 실무자들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여권, 전 정부 보조금 관련 공세
정부가 지난해부터 보조금과 교부금 집행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한 것은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사업 등에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 비리 점검 결과에 대해 “국민의 혈세가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됐다” “참 개탄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달 공개를 앞둔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자금 집행 실태에 대한 정부 전수 결과에서는 불법·부당하게 집행된 자금 집행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개 시군을 샘플 조사한 건만으로 2616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불법·부당하게 집행됐다는 발표에 더해 추가 부실 사례가 발견된 것.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문 정부가 퍼준 보조금, 이념 정권 유지비였나. 국민 세금으로 홍위병을 양성했던 것인가”라면서 “문 정권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민간단체의 보조금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부 비판적 시각을 가진 시민단체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에 “단순히 지난 5년에 늘어난 사업에 대해서만 보는 게 아니고, 꾸준히 선심성으로 지급해 왔던 반복적인 사업들,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들여다보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원칙론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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