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번지’ 종로, 檢 수사로 뜨거워진 마포갑…수도권 총선 여기서 갈린다①[한상준의 정치인사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6일 14시 00분



121석.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지역의 의석수다. 총선마다 “수도권의 승패가 곧 전체 총선의 승패”라는 말이 나오는 건 수도권 의석이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300석 중 40.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의 표심 흐름이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정당은 수도권 승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년 4·10총선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합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 승패를 결정할 수도권 중에서도 관심 지역 5곳의 상황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⓵ 서울 종로(현역 의원: 국민의힘 최재형)
종로를 표현하는 가장 오래된 수식어는 ‘정치 1번지’다. 서울의 한복판, 과거 권력의 중심이었던 청와대가 있는 지역구이기 때문. 여기에 전국 253개 지역구(21대 총선 기준) 중 대통령을 두 명(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배출한 지역구는 종로가 유일하다.

이런 상징성으로 인해 매번 선거 때마다 여야 거물 정치인들이 종로에 출격했고, 종로의 승자는 정치적 무게감이 한층 더 커졌다. 대표적인 예가 정세균 전 국무총리다. 고향인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 세 차례 당선됐던 정 전 총리는 19대 총선부터 종로로 무대를 옮겼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홍사덕 후보,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연거푸 꺾었다. 한 야권 인사는 “정 전 총리가 계속 전북에만 머물렀다면 국회의장, 국무총리는 물론이고 대권 도전까지 나서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1대 총선 역시 종로에서는 여야의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당 대표 간 맞대결이 벌어졌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전 대표와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승부에서는 이 전 대표가 승리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대표직과 의원직을 연이어 내려놓으면서 종로는 공석이 됐고, 지난해 3·9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당선됐다. 감사원장을 지낸 최 의원 역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바 있다.

이처럼 매번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출전했던 종로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아직까지는 고요한 상황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최 의원 외에 종로에 나설 마땅한 후보군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최 의원 역시 재선에 무게를 두고 지역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실제로 내년 4월에 ‘최재형 대 곽상언’의 승부가 펼쳐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각 당이 총선 선거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정치 1번지’인 종로의 공천을 다각도로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모든 지역구가 그렇지만, 특히 전국 지역구 중에서 종로는 출마하고 싶다고 나설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도, 국민의힘도 상대 당의 후보군을 살펴보고, 전체 선거 판세 등까지 고려해 공천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종로 공천을 받는 후보의 면면을 보면 각 당의 총선 전략을 읽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⓶ 서울 마포갑(현역 의원: 민주당 노웅래)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시장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간발의 차로 내줬지만,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뒀다. 당시 민주당은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와 중랑구를 제외한 21개 구청장 선거에서 이겼다. 이 선거를 시작으로 민주당은 10여 년 동안 서울 풀뿌리 조직을 장악했다.

2011년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까지 내준 국민의힘은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을 탈환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장을 포함한 서울 17곳의 구청장을 차지하면서 반격의 기회를 마련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에서 서울을 둘러싼 진짜 승부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 대표적인 전장(戰場)이 은평, 서대문, 마포로 이어지는 서울 서북부권이다. 민주당은 2010년부터 2018년 지방선거까지 12년 동안 은평, 서대문, 마포 구청장을 놓지 않았다. 지역 권력의 장악은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은평갑을, 서대문갑을, 마포갑을 등 6석이 있는 서울 서북부권에서 민주당은 19대 총선(2012년)에서 4석을 차지했고 20대(2016년), 21대(2020년) 총선에서는 6석을 모두 가져갔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서대문구청장, 마포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어진 서북부권의 민주당 강세를 끊어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했다.

이런 서북부권에서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는 곳은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갑이다. 그간 노 의원은 “대(代)를 이은 마포의 강자”로 꼽혀왔다. 노 의원의 부친인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은 마포에서만 국회의원을 5차례 지냈고 이어 민선 1, 2기 마포구청장으로 일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포에서 정치를 시작한 노 의원은 18대 총선에서만 패했을 뿐 17대부터 21대 총선까지 총 네 차례 당선됐다. 2016년 총선에서는 ‘국민 검사’로 불린 안대희 전 대법관을 여유 있게 꺾었다. 이처럼 부자(父子) 정치인이 대를 이어 지역구를 굳건히 지켜온 수도권 지역구는 마포갑이 유일하다.

그러나 노 의원이 지난해 수천만 원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치 생명 최대의 위기를 맞은 노 의원은 검찰 수사에 대해 “노골적인 정치 수사, 기획 수사”라고 반발했고,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현재 진행 중인 1심 재판에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노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 의지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1심 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노 의원의 공천 문제를 언급하기엔 이르다”며 “다만 노 의원이 버티고 있어 다들 조용히 있지만, 만에 하나 마포갑이 공석이 되면 당내에서 적잖은 인사들이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8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마포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에서는 전·현직 의원들이 마포갑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18대 총선에서 노 의원을 꺾었던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다. 한 여당 의원은 “강 수석이 출마 지역을 두고 마포와 자신의 고향인 충남 예산-홍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비례대표인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도 일찌감치 마포갑 출마를 결심하고 당협위원장 신청까지 한 상태다.

여기에 여권 내부에서는 아예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계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과 마포갑을 한데 묶어 ‘마포 벨트’ 공천을 전략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마포 출마를 고심하는 중량급 인사들이 적잖은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방탄 정당’을 성토하는 전략을 펼치면 마포 탈환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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