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윤석열 정부 향후 4년 외교·안보 과제는 중국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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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9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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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의 남은 4년 임기 동안 외교·안보 분야에선 ‘중국과의 관계’가 주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9일 국립외교원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KIDA)·통일연구원 등 국내 4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 학술회의 발제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집권 1년 만에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크로닌 석좌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관계는 더욱 긴밀하고 광범위한 동맹으로 발전했고, 한일관계는 회복·확장됐으며, 한국의 영향력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며 “차세대 핵심·신흥기술에 대한 한국의 리더십은 국제관계의 모든 방면을 관통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년간의 인상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남은 임기 4년 동안 (국안보)전략에서 최소 3가지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 의지 △한미동맹과 한일협력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더불어 △한국이 추진 중인 전략과 한중관계의 균형을 꼽았다.

크로닌 석좌는 특히 한중관계와 관련해 “미중 경쟁의 심화로 대만 관련 문제, 기술·무역과 관련한 선택지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국가안보 요건과 달라지면서 중국이 역내 및 국제사회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려는 한국의 노력에 다양한 방법으로 방해공작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3.5.21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3.5.21
윤석열 정부는 작년 5월 출범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외교역량을 집중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우리 정부가 미 정부 주도의 각종 협의체에 참여하고, 특히 한미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을 포함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온 것을 지속적으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중국 당국은 최근 우리나라다 2024~25년 임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성공한 데 대해서도 “한국이 안보리 진출 뒤 독립·자주를 고수하고 이중 잣대를 배격하며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란 입장을 밝혀 추후 안보리 내 논의 과정에서 한미 또는 한미일 간 공조가 강화될 수 있음을 경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내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하나이며, 일본은 2023~24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수임 중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엔 한미일 3국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동시에 활동하게 된다.

크로닌 석좌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이 북한의 무력 사용을 억제할 순 있다고 해도 북한이 전략무기를 포기하거나 무모한 선언적 정책과 독트린을 자제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평화적인 방법은 없다”고 진단했다. 또 한미동맹·한일협력에 대해선 “미국의 2024년 대통령선거, 그리고 일본의 정치적 변화로 민족주의·보호주의가 강조되면 한국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관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미 테리 미 윌슨센터 아시아국장 또한 관련 발제에서 “한미동맹은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핵심이고, 경색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윤석열 정부 집권 첫해 이룬 최대 실적”이라면서도 “한미일 협력 강화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미일 3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경보 정보에 대한 실시간 공유를 추진하기로 한 사실이 “한중관계에 중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당국 입장에선 이를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나라가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사드 3불’과 배치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게 테리 국장의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통령실 제공) 2022.11.16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통령실 제공) 2022.11.16
중국 당국은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17년 10월 남관표 당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간 협의에서 △한국에 주한미군(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사드 3불’이 거론된 이후 이를 “한중 간 약속”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우리 측은 “당시 사드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한 것일 뿐 국가 간 약속·합의가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테리 국장은 “윤석열 정부는 대외정책을 다각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계속 확대해야 한다”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할 수 있는 방패 역할을 위한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도 “중국이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무역 상대국들에 ‘경제 압박’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과정에서 당시 중국에 진출해 있던 우리 기업 등에 제재를 가해 롯데마트가 철수한 사실을 그 예로 들었다.

차 부소장은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은 중국의 무역 무기화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 중 하나인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각국의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참여 또는 대만 방위 지원 제공 의지는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두려움의 정도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차 부소장은 “중국의 이런 (강압적)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동등한 경쟁’(peer competition)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 동류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저지하기 위한 새로운 ‘집단 회복력’(collective resilience)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한미일과 호주, 그리고 주요 7개국(G7) 국가들의 연대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G7은 현재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로 구성돼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선 우리나라와 호주 등을 포함해 G7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 적도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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