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코로나19 방역 및 봉쇄 완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 해외 엘리트들의 ‘탈북’ 관련 동향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북한의 입장에서 탈북 이슈가 다시 고민거리가 된 모양새다.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엘리트들의 탈북 망명 시도가 잇달아 발생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북한 식당을 경영하며 외화벌이를 하던 무역대표부 소속 외교관 박모씨의 아내와 아들이 실종돼 러시아 당국이 조사에 나선 상태다.
이미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이곳에서 탈북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같은 공관 소속 직원이었던 식당 부지배인이 망명을 시도한 것인데, 그는 곧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영사관에 넘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배인과 함께 일했던 외교관 박씨의 아내는 망명을 우려한 북한 당국에 의해 총영사관에 연금돼 있다가 외출한 틈을 타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만간 국경이 열리면 본국으로 송환돼 이 사건에 책임을 질 것이 두려워 탈북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도 외교관 혹은 ‘외화벌이’ 일꾼들과 그 가족의 탈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전날인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탈북 망명을 타진하는 북한 외교관이나 해외 근무자의 추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평양에 있는 줄만 알았던 후배들이 한국으로 탈북하여 서울에서 불쑥 내 앞에 나타날 때마다 깜짝 놀라고는 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미 이전부터 북한이 국경을 재개방하면 해외에 나가 있던 외교관이나 파견 노동자들의 ‘탈북 러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이 나왔다. 외화벌이 실적에 대한 압박이 다시 높아지고 본국으로의 ‘귀환’이 가까워지면 두려움과 부담감 또한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실제 북한이 빗장을 완화할 기류가 감지되는 시점에 이같은 동향이 외부로 잇달아 표출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시기 잠잠했던 엘리트들의 이탈이 증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기조 변화와 맞물린듯한 이같은 조짐이 해외에 있는 북한 엘리트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북한 주민 일가족이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내려와 귀순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북한의 통제를 견디지 못해 탈북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들의 탈북이 ‘브로커’ 등을 통하지 않고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북한이 강도 높은 국경 봉쇄를 완화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탈북민 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강력한 국경봉쇄로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2022년 67명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이에 이번 일가족 탈북은 코로나19 이전 연간 탈북민 수인 1000명대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종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현실적으로는 북한 내부 주민의 탈북에 비해 해외 엘리트들의 탈북이 북한 당국에 훨씬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여 북한에는 상당한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엘리트의 망명은 대외에 공개되는 사례가 적어 실제 최근 탈북 시도가 증가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이들이 북한의 외화벌이 핵심 수단인 만큼 연쇄 탈북이 이어진다면 북한이 실질적 통제가 더 어려운 영역에서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어 체제유지 및 관리에 더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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