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논란으로 사퇴한 태영호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40대 호남 출신인 김가람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출범한 김기현호는 청년, 호남 등 부족한 부분을 채웠지만, 지도부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것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9일 전국위원 총 828명을 대상으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진행한 결과 김가람 후보는 539표(투표율 65.10%) 중 381표를 얻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이로써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당원권 정지 중인 김재원 최고위원과 김병민·조수진·김가람·강대식 최고위원 등 9명으로 재정비를 마쳤다.
호남 출신인 김가람 최고위원의 합류로 영남 일색이던 지도부에 변화도 생겼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박대출 정책위의장(경남 진주갑), 강대식 최고위원(대구 동을)은 지역구가 영남이다. 여기에 김재원 최고위원도 20대 국회에서 경북 지역구로 활동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호남 출신이지만,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호남에서만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5·18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김 최고위원의 지도부 합류로 향후 당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청년으로 구성됐다. 현재 국민의힘은 김병민 최고위원(40대)과 장예찬 최고위원(30대)이 청년정책네트워크와 청년 당·정·대 등을 통해 청년 정책 발굴에 힘쓰고 있다. 김 최고위원 역시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청년대변인에 임명되고, 청년정책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2030세대 정책 발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최고위원은 당선 이후 “40대로서 2030과 5060을 잇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저는 호남 출신 40대다. 우리 정당은 오늘 저를 선출해 줬다. 전국정당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지도부의 존재감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궐선거는 역대급으로 조용한 선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보궐선거에 입후보한 후보들도 모두 원외인사다. 현역 의원은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현역 의원들이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고위원이 된다해도 공천을 보장받지 못할 뿐더러 지역구 관리에도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지도부 위의 지도부라는 5인회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최고위원 보궐 선거는 당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번 보궐선거로 지도부 정비를 마쳤지만, 선출직 최고위원 중 현역 의원은 조수진 최고위원뿐이다. 강대식 최고위원은 지명직으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여당 지도부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은 과제다.
김 최고위원은 당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경력이 꼭 최고위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까지 정치적 영역 밖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을 더 공감할 수 있다”라며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더 채워나가는 노력과 함께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청년을 위해서 노력하는 건 아무리 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호남은) 중앙과의 연결고리에 굉장히 목말라 있을 테고 호남 출신인 만큼 지역·기초단체까지 발로 뛰어 찾아가서 그분들의 아쉼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