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현희, 추미애 아들 軍특혜의혹 유권해석 과정 관여”…全 “망신주려는 물타기식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9일 21시 51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이날 예정된 권익위 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6.9/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이날 예정된 권익위 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6.9/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軍)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와 관련해 실무진에게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9일 드러났다. 실무진은 “추 전 장관은 아들 수사에 대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고했지만 “가정적 상황을 가지고 답변이 나가면 되겠느냐”며 재검토하라고 했다는 것. 앞서 권익위는 ‘추미애 감싸기’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유권해석은 실무진의 전적인 판단”이라고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 “실무진의 전적인 판단”이라던 보도자료는 全 수행비서가 작성
감사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권익위에 대해 접수된 13가지 비위 제보사항 가운데 4가지(갑질 직원을 위한 탄원서 제출·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사건 조사 방해·경력채용 서류 합격자 심사 부당처리·고충민원 조사결과보고서 작성업무 부당처리 의혹)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처분을 요구하지 않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유권해석’ ‘근무시간 미준수’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보고서에 제보에 대한 확인 결과를 기재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전 위원장이 유권해석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해 10월경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위원장은 2020년 9월 2일 권익위 실무진으로부터 “(추 장관과 아들 수사 사이)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보고받았다. 앞서 권익위는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이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고 비공식적으로 수사 보고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그러자 전 위원장은 실무진에게 “가정적 상황을 가지고 직무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답변이 나가면 되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당시 실무진을 통해 “위원장이 ‘2안(직무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으로 가는게 맞다고 했다”는 진술은 받았지만 전 위원장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 위원장 지시에 따라 실무진은 대검에 “추 장관이 아들 사건에 지휘권을 행사했느냐”고 물었고, “지휘권 행사가 없었다”는 답신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후 권익위는 추 전 장관과 아들 수사에 “구체적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권익위 해석을 두고 ‘추미애 구하기’란 논란이 불거지자 전 위원장 수행비서는 “실무진의 전적인 판단이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작성해 실무부서에 보냈다. 파일의 이름은 ‘사실관계 확인절차 이유(위원장님 작성)’, ‘유권해석 차이점에 대한 해명(위원장님 작성)’이었다. 실무진은 이 문서 본문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배포했다.

공개된 감사 결과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 위원장의 국회증언감정법위반 혐의에 대한 고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 위원장은 2020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권해석에 관해 제가 개입한 것은 전혀 없다”고 발언했다.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의 공소시효는 7년이며, 국회가 전속 고발권을 갖는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전 위원장을 유권해석 부당 개입 혐의로 세종경찰청이 7개월여 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 “‘갑질’로 징계당한 국장에 선처 탄원서… 명백한 2차 가해”
감사원은 이날 전 위원장이 ‘상습지각 등 근무시간을 미준수했다’는 제보에 대해서도 “확인된 일부 사실을 보고서에 기재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 취임 직후인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근무지가 세종청사로 분류된 89일 중 9시 이후에 출근한 날이 83일(93.3%)로 파악됐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로 출장을 갔던 근무일 115일 중 112일(97.4%)을 오전 9시 이후에 출입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에 5차례에 걸쳐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아 최종 사실관계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해당 일자에 대해 소명하지 않은 것은 기관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감사원은 “기관장의 경우 대외업무 수행 경우가 많고 근무지와 출장지의 구분 및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별도 처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대학원 과제를 작성하도록 시켜 중징계를 받은 권익위 국장에게 전 위원장이 선처 탄원서를 써준 부분에 대해서도 “갑질행위 근절 주무부처 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무마시키려 회식 참석자 수 등을 조작하고 출장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는 수행비서에 대해서는 해임을 권고했다. 감사원은 ‘경력경쟁 채용 서류전형 합격자 결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권익위의 담당자, 권익위 고충 민원조사결과보고서를 부실 작성한 권익위 담당자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례적으로 이번 보고서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이뤄지는 ‘표적 감사’”라는 전 위원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 입장을 실었다. 감사원은 “권익위 등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감사는 기관 내외부의 제보 등에 따른 것으로 특정인을 사퇴할 목적으로 착수하지 않았다”며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들에 대한 감사와 목적, 계기 뿐 아니라 조사 방법과 착수 근거 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권 해석 관련과 근태 관련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망신주려는 물타기식 결과 공개”라며 “불법적인 감사 결과 공개로 파렴치범으로 몰아가 망신을 주려는 의도로 오늘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추후 법률 검토 후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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