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 싱하이밍 ‘베팅’ 발언 논란에 “한중 관계 위기는 韓 탓”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뉴시스.

중국 외교부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과 한국 외교부의 항의에 대해 “우리는 한국 측이 이 문제를 직시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초점을 맞추고 한중관계의 안정과 성장을 실현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싱 대사 발언과 한국의 항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중한관계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왕 대변인은 “싱 대사가 한국 정부와 정당, 사회 각계각층과 폭넓게 접촉해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소개하는 것은 그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했다.

싱 대사는 전날 성북구 중국대사 관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미 밀착 기조를 겨냥한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싱 대사를 청사로 불러들여 “주한대사가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며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교 관례라는 것이 있다”며 “대사의 역할은 (주재국과의)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다. 오해를 확산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