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 10년 정도 지금 같은 몸 상태를 유지하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나 대장암 등 비만과 관련된 여러 질병을 앓을 위험성이 확실히 높아진다. 건강에서 가족력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유전자뿐 아니라 생활습관이 비슷하다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앓은 심혈관질환 같은 가족력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국내 정보당국의 분석이 최근 나왔다. 의학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지금 같은 몸 상태를 유지하면 가족력에 따라 여러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예단은 어렵지만, 비만 상태와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을 경우 나이 들어 조부, 부친처럼 심혈관질환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코올, 니코틴 의존도 높아 불면증 악화 가능성”
국가정보원은 5월 3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보고를 했다. 주요 내용은 △인공지능(AI) 분석 결과 체중은 140㎏ 중반으로 추정되며 △북한 당국이 ‘최고위 인사’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졸피뎀(불면증 치료 약물) 등 의료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수면 장애를 겪는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알코올,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 불면증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손, 팔뚝의 상처는 알레르기와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염으로 보인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북한 당국은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가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 김 위원장이 2018년 싱가포르, 이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섰을 때 북측은 그의 배설물과 숙소 쓰레기까지 수거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당국은 사진 등 공개정보는 물론, 각종 휴민트(인적 정보)와 첩보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 및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의 건강이 한반도 정세와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떨까.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사진과 같이 제한된 데이터로 구체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현재까지 드러난 김 위원장의 나이(1984년생으로 올해 만 39세)와 체중·신장, 생활습관과 가족력 등을 고려한 추측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는 사진에 드러난 체격 변화다. 2012년 집권 당시 90㎏ 정도였던 김 위원장의 체중은 2019년 140㎏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2월 조선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선 약 20㎏를 감량한 듯 홀쭉해진 모습으로 한때 건강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살이 빠진 뒤 다시 찌면 ‘요요현상’에 따라 그 전보다 체중이 더 불어나기 쉬운데, 이는 살이 빠지는 것에 저항하려는 인체 메커니즘이 강화되기 때문”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다이어트를 시도한 것 같은데, 체중 감량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끝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술자리가 늘어나는 등 환경이 조성되면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만찬 당시 우리 측 인사들이 권하는 도수 높은 술을 연거푸 ‘원샷’으로 비웠다거나, 하룻밤 새 와인 10병을 비웠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김 위원장의 음주량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북측이 공개하는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곧잘 담배를 들고 있어 그가 애연가임을 알 수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강화된 만큼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나같이 건강에는 좋지 못한 조건이다.
‘주량 와인 10병’ 음주 등 생활습관도 변수
현재 국내 정보당국이 추정한 신장(170㎝)과 체중을 적용하면 김 위원장의 체질량지수(BMI)는 48.44㎏/㎡로 예상된다. BMI는 개인의 유전적 요인과 구체적 건강 상태를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비만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널리 쓰인다. 김 위원장의 추정 BMI는 국내 기준으로 초고도비만(35㎏/㎡ 이상)에 해당한다. 40대를 앞둔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 정도 BMI를 계속 유지할 경우 합병증을 앓을 가능성이 적잖다고 한다. 한 심장내과 전문의는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앓거나 음주·흡연 같은 좋지 않은 생활습관은 심장질환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아직 젊어 심각한 합병증을 앓는지 예단할 수 없으나, 비만과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이 앞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김 위원장 팔뚝에 난 상처는 심장 수술 흔적”이라며 심근경색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억측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한 대학병원 심장 전문의는 “클래식한 방식인 다리의 사타구니 동맥 말고도 팔의 요골동맥을 통한 스텐트 시술도 가능하긴 하다”면서도 “사진 속 모습만 보고 김 위원장이 스텐트 시술을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가정보원 분석처럼 단순 피부질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다.
향후 김 위원장의 건강 추이를 예측할 때 주목할 것은 가족력이다. 김 위원장의 조부 김일성 주석은 1994년 82세 나이로 심근경색으로 급사했고,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9세였던 2011년 급성심근경색과 심장쇼크로 사망했다. 생전 두 사람 모두 비만한 체형에 기름진 음식과 음주, 흡연을 즐겼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오상우 교수는 “일부 언론 보도처럼 김정은 위원장이 심근경색을 앓았는지 여부는 그야말로 상상의 영역으로,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부친과 조부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상태에서 그것과 비슷한 생활습관을 계속 유지한다면 가족력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