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 “中외교행태 가만둬선 안돼”
중국의 연이은 고압적 언사들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양국 관계 우호 증진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어야 할 외교당국이 총대를 메고 윤 대통령 발언을 직격하거나 한국 정책에 도를 넘는 훈수를 두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외교가에서는 “유독 한국에 더욱 거칠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중국의 외교 행태를 가만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왕이(王毅) 당시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새 정부 출범 후 개최된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5개의 응당 해야 할 사항(五個應當)’을 읊으면서 그 포문을 열었다. 그는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 것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할 것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할 것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견지할 것을 요구했다.
양국 장관 회담 다음 날 중국 외교부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은 지난 정부에서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뿐만 아니라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까지 제한하는 ‘1한(限)’까지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외교부는 “사드는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주권 사안으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올해 4월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속 대만 지역의 긴장 고조에 대한 언급을 겨냥해 무례한 언행을 쏟아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대만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한국은 절대 반대한다” “대만 문제는 남북한 문제처럼 전 세계적 문제”라고 한 데 대해 왕 대변인은 “대만 문제의 해결은 중국의 일이며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외교 수장인 친강(秦剛)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관저로 초청해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 등과 같은 협박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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