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장관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이른바 ‘정찰위성’ 발사를 재시도할 계획임을 예고해둔 상황에서 미중 간에 관련 논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진행된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뒤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전망과 관련해 북한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며 “한반도 안정과 평화, 비핵화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중국의 역할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18일쯤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뿐만 아니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예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블링컨 장관은 당초 올 2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이른바 ‘정찰 풍선’(고고도 정찰용 기구) 사태 때문에 관련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
중국 당국은 당시 해당 기구가 기상관측 등 과학연구 목적의 ‘민간용 기구’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자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공군 전투기를 띄워 격추시켰다. 이 때문에 최근 수년간 계속돼온 미중 간 패권경쟁에 따른 갈등 역시 한층 더 심화돼왔던 상황이다.
그러던 중 지난달 10~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간 회동이 성사된 것을 계기로 미중 간에도 다시 ‘대화’ 국면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같은 달 21일 회견에서 “조만간 (미중관계) 해빙이 시작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기류에 힘을 보탰다.
또 이달 5일엔 중국 베이징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세라 베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이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등과 만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미중 양국이 다음주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통해 본격적인 ‘상황 관리’에 들어갈 경우 한반도를 비롯한 주변국 정세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에 실패한 ‘정찰위성’의 재발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이번 미중 외교장관회담 등을 통해 내놓을 입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위성 발사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지만, 위성용 우주 발사체는 탄도미사일과 그 원리가 같기 때문에 이 또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관련 대응 논의 때마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기보다는 오히려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두둔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시도와 관련해 이달 3일 소집된 안보리 회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중국은 ‘북한의 우려를 고려해야 된다’ ‘미국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측도 중국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센터장은 “미중 양국이 북한 문제를 논의하고 원론적인 수준에서나마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것 자체엔 의미가 있다”면서도 “진전된 합의 등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