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내 식량 사정 악화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빈부 격차 심화에 따른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1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기관지 평화통일 6월 호에 실린 ‘북중, 북러 무역 재개와 북한 내부 변화’ 기고문을 통해 “북한은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만성적인 식량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주민 상당수가 굶주림을 겪을 만큼의 식량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현재 모든 계층에서 전반적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기보다는 코로나19 기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며 부의 재분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만약 식량 위기 상황이라면 우선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통제를 벗어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장마당 식량 가격이 폭등해야 하지만 북한의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식량 위기에 처해있다면 옥수수 등 값싼 곡물이 주요 수입품목에 포함돼야 하는데 작년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온 수입품목 순위를 보면 타이어나 설탕, 담배 등이 식량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식량을 대규모로 수입하긴 했지만 곡물 구성을 보면 값싼 옥수수가 아니라 쌀(73.5%)과 밀가루(26.3%)가 대부분이다. 밀가루는 북한에서도 식생활의 중심이 되는 1차 식량이라기보다는 과자 등 간식을 만드는 중간재로 많이 쓰인다.
정 실장은 “북한이 식량 수입을 늘린 이유는 광범위한 식량 위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 배급 대상이 갑자기 증가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최근 각지에서 대대적인 건설사업이 벌어지고 있고 대규모 돌격대가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보와 권력을 가진 이는 국경 봉쇄 소식을 좀 더 빨리 듣고 수입 상품을 독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북한이 2009년 11월 30일 화폐교환을 실시했을 때도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