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서 구속 필요성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법률 위반이다.”(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한 장관의) 의도적인 도발이다. 팬덤을 바라보는 정치인 혹은 유튜버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민주당 조응천 의원)
민주당의 ‘방탄’ 스크럼에는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 구분이 없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전날 부결시킨 민주당은 13일에도 일제히 ‘한동훈 탓’ ‘검찰 탓’을 이어가며 여론전을 펼쳤다.
민주당이 계파 갈등도 잠시 잊은 채 한마음 한뜻으로 ‘방탄’에 힘을 모은 건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올수록 추가 수사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한 장관이 체포동의안 제안 설명 과정에서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의원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발언한 것에 계파 구분 없이 긴장했다는 것이다.
● 野 “친명-비명 상관없이 누구나 위험”
정 의원은 13일 MBC 라디오에서 “한 장관 이외에 역대 어느 법무부 장관도, 어떤 정권에서도 이런 식으로 (체포 이유를) 설명한 적이 없었다”고 성토했다. 조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방탄정당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법원 가면 기각될 영장을 국회에서 부결해 (민주당에) 짐을 떠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부결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감정을 자극하는 용어들을 많이 썼다”고 했다.
민주당이 일제히 한 장관을 향해 총구를 돌린 것은 검찰 수사선상에 누가 올라가 있는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경쟁 후보 캠프에서 자당(自黨)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내용이 적시된 만큼 당시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경쟁했던 86그룹 우원식, 친문(친문재인) 홍영표 의원 캠프를 향해서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 한 초선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때는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기도 전이라 친명, 비명 구분조차 없던 때”라며 “송영길 캠프뿐만 아니라 운동권과 친문 등 2021년 당시 당의 주축 그룹들도 모두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전날 한 장관이 언급한 ‘20명’을 두고 “도대체 누구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꼭 돈봉투 의혹이 아니더라도 ‘검찰의 다음 타깃은 내가 될 수 있다’란 긴장감이 의원들 사이에 형성됐다”고 말했다.
● “이재명 지키려 ‘릴레이 방탄’” 李 리더십 위기
민주당이 방탄정당이란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함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또 한 번 흔들리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돈봉투 의혹 관련 당 차원 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점과 윤, 이 의원의 ‘꼬리 자르기식 탈당’을 압박한 점, 체포동의안을 각 의원의 자율 표결에 맡겨 사실상 부결을 유도한 점 등을 두고 “사실상 당이 ‘방탄 스크럼’을 짠 것”이란 여권 내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똘똘 뭉쳐 이미 탈당까지 한 윤, 이 의원을 지켜낸 이유는 분명하다”며 “하나는 윤, 이 의원의 입이 무서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도 이 대표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누구라도 감옥에 보내면 이 대표의 방탄조끼도 작동할 수 없기에 단일대오로 ‘릴레이 방탄’을 형성했다고 고백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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