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이 100년 전 간토대지진 당시 유언비어로 조선인이 학살된 사실을 13일 1면에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한일관계 정상화의 긍정적 영향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14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저는 지난 8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저를 찾아왔을 때 그동안 경색됐던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대통령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결단이 더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본 측의 진일보한 조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공개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화답하듯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본의 유력 일간지가 전향적 보도를 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일본 언론의 보도에 발맞춰 일본 정부와 정치권도 과거사 문제의 보다 진전된 해결을 통해 양국이 미래 발전과 우호 협력을 도모하도록 보다 진취적인 노력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은 끊임없이 과거로 퇴영하는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대사에게 찾아가 굽신거리며 국익 훼손의 멍석을 깔아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전날에는 광우병 괴담의 선동 전문 시위꾼들과 손잡고 국민을 상대로 또 비과학적 괴담을 조성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 5년의 퇴행적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자성은커녕, 여전히 대한민국의 퀀텀 점프의 기로에서 발목잡기에 급급한 ‘더불어 민폐당’의 편협함이야말로 하루빨리 척결해야 할 적폐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집착하며 대한민국의 내일을 선도하지 못하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퇴행적 역주행에 맞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는 전날 ‘간토대지진의 교훈(5): 유언비어·폭력 한꺼번에 확산’이라는 연재 기사에서 2008년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가 정리한 보고서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는 “1923년 9월 1일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탔다’ 등의 유언비어를 들은 사람들이 각지에서 자경단을 결성해 일본도와 낫 등으로 무장하고 재일조선인을 무작위로 심문하고, 묶고, 폭행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보고서는 “간토대지진의 사망 약 10만 명 중 1%에서 수%가 이런 사안으로 (피살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요미우리는 간토대지진을 조명하며 현재에도 일본의 각종 재난 현장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외국인이 물자를 빼돌려 피난소가 폐쇄됐다’는 악성 루머가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외국인 혐오 정서가 일어났다고 한다. 신문은 “100년 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조선인 학살을 부정해 온 일본 정부나 정치인들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보도다. 특히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매년 9월 1일 열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2017년부터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과거 다른 도쿄도지사들은 해마다 추도문을 보내온 바 있다. 고이케 지사는 ‘6000명 학살은 부풀려진 내용’이라는 우익단체 주장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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