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447억 규모 손해배상 청구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14일 15시 04분


北 대상 당국 차원 첫 소송…서울중앙지법에 소장 제출
통일부 "법무부 등 유관부처와 강제집행 방안 강구할 것"

북한이 3년 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불법 폭파한 것에 대해 정부가 450억여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국 차원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으로 원고는 대한민국 정부, 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6일로 완성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가 발생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나서 시효가 사라지는 16일 이전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북한은 국가도, 사회단체도 아니어서 민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민법상 당사자 능력을 가지는 비법인사단이라는 전제하에 불법 행위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헌법 제 3·4조와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북한은 반국가단체로서의 지위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당사자 지위를 모두 가지고 있으나 남북기본합의서 남북관계 발전법은 국가와 국가 간 관계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폭파로 인한 우리 측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와 인접한 종합지원센터 건물에 발생한 국유재산 손해액을 447억원(연락사무소 약 102.5억원+종합지원센터 약 344.5억원)으로 산정했다.

구체적으로 연락사무소 피해액은 감가상각 적용 평가액 69억7700만원에 개보수 비용 32억6900만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종합지원센터는 취득원가 468억4800만원에서 감가상각액 123억9500만원을 덜어 낸 수치다.

구 대변인은 “북한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법률적으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며, 남북 간에 상호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관계부처 협력하에 소송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우리 정부 및 우리 국민의 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원칙 있는 통일·대북정책을 통해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했다.

남북연락사무소는 2018년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합의’에 따라 같은 해 9월 개성공단에 설치됐다.

그러나 북한은 2020년 6월16일 남북관계 악화 국면에서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정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설비 무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측 시설 무단 철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남측의 법적 조치가 북한에 실제적인 효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더라도 강제로 집행할 방법이 마땅히 없어서다. 사실상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강제 납북자, 국군 포로 유가족 등이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지만 승소 판결을 받아들었을 뿐 배상금을 받아낼 길은 막막한 상황이다.

배상금을 받아낼 길은 북한 재산을 압류하는 것뿐인데 현재 국내의 북한 재산은 북한 영상물이나 음악을 사용할 때 지급하는 저작권료가 유일하다.

2008년 이후 대북송금이 막히면서 저작권료를 관리하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매해 쌓인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하고 있는데 이 돈을 압류하려는 소송은 내는 족족 패소하고 있다. 북한 저작권료는 북한이 아닌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등 저작물 저작자들에게 줄 돈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북한 당국을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방안은 상호 동의에 기초하기 때문에 우리가 제소하더라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회부 자체가 불가능하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 측 재산이 침해되는 데에 대해서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법무부 등 유관부처와 협의해 가능한 강제 집행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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