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버린 부모가 보상금 탈 자격 있나”…유족, 구하라법 처리 호소

  • 뉴스1
  • 입력 2023년 6월 14일 17시 13분


2년여 전 거제도 앞바다에서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씨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2023.6.14. 뉴스1
2년여 전 거제도 앞바다에서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씨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2023.6.14. 뉴스1
“생모가 ‘나는 꼭 (보상금) 타 먹어야지, 나도 자식들한테 할 만큼 했는데’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왜 양육하지 않은 부모가 그럴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양육 의무를 안 지킨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구하라법’ 통과를 호소하는 유족의 절규다.

2년여 전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실종된 고(故)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61)씨는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계류 중인 ‘구하라법’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현재 구하라법은 이미 여러 건이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와 천안함 등의 사고 후 2021년 관련 법안을 내놨다. 법무부도 지난해 6월 비슷한 내용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민법 개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김종선씨는 구하라법이 통과되지 않아, 자신들을 버리고 간 생모에게 거액의 사망 보험금 등을 빼앗길 위기다.

김종안씨는 지난 2021년 1월23일 대양호 127호 선박에 승선 중 폭풍우를 만나 5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앞으로 사망 보험금과 선박회사 합의금 등 총 3억원 가량의 보상금이 생겼다.

이 소식을 듣고 80대 생모는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 생모는 유족과 소송을 벌여 지난해 12월 부산지방법원의 1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대해 김종선씨는 “우리는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르는 남보다 못한 사람에게 실종 동생의 권리를 모두 넘겨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구시대적인 현행법이 맞는 건지 여야 국회의원들께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80대의 생모는 김종안씨가 2살이 되던 무렵 떠나 한 번도 3남매를 찾아가지 않았다. 3남매는 생모를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다.

김종선씨는 “갓난아기 때 자식을 버리고 재혼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자식이 죽자 보상금을 타려고 54년 만에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생모는 친오빠가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 정말 본인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제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생모는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 계류중인 구하라법을 일반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통과시켜달라”며 “공무원만 해당되는 법 말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 억울해서 밤이면 수면제 없이 잠을 잘 수 없고 일상생활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고 읍소했다.

서 의원 역시 기자회견에서 “민법에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부양·양육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자녀 양육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얻는 것은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서 의원과 법무부가 제출한 법안은 기본 취지는 비슷하지만 시행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서 의원의 법안은 민법의 상속 결격 사유에 부모가 부양·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했다. 법무부는 친부모의 상속 자격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에게는 유산이 가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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