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선관위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권익위 조사를 두고 충돌했다. 당초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던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한 이후에 태도를 바꾸면서 두 기관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전 중앙선관위 및 17개 지역 선관위에 대해 현장조사에 착수했으나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권익위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선관위가)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은 오로지 감사원 감사를 회피해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한 꼼수였나”라고 비판했다.
권익위는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전면 수용하고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선관위는 ‘아빠 찬스’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면서도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약 헌재가 선관위의 손을 들어준다면 감사원 감사는 법적으로 무효가 된다”며 “감사원 감사의 실효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것이 아닌 이상 권익위 조사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권익위 실태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 중인 상황에서 권익위의 현장조사 협조 요청은 감사원 감사 범위와 중복되므로 기관 간 업무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익위가 감사원 감사와 중복되지 않도록 조사 범위를 조정한다면 협조하겠다는 것. 선관위 내에선 ‘감사원 감사가 착수된 경우 권익위가 공공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부패방지권익위법 제29조에 따라 권익위에 조사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는 감사원과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 범위 내에서 자료 제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선관위에 직원들의 배우자 명단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요청했고, 선관위는 이에 응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 또 감사원은 중앙선관위는 물론이고 자녀 경력 채용이 있었던 지역 선관위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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