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측근이 1급 인사 깊이 관여
尹대통령, 안보실 보고받고 철회
대통령실 “金 교체해야” 목소리도
국정원 안팎 “세력 갈등 표면화”
국가정보원 인사 파동으로 인한 혼란이 확산되면서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김규현 국정원장 거취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 1급 인사를 재가 뒤 5일 만에 뒤집은 핵심 배경에 김 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국정원 간부 A 씨가 있기 때문이다. 검증을 거쳐 인사를 재가한 윤 대통령은 A 씨가 국정원 인사에 깊이 관여하면서 나온 잡음을 확인한 뒤 1급 인사를 뒤집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4일 “윤 대통령이 여러 사람에게서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 관련 문제 제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 대통령실 일각서도 국정원장 책임론
여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김 원장이 직을 유지하는 것이 맞느냐.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 원장을 책임을 물어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국정원 인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김 원장의 거취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여권 소식통은 14일 “(이번 1급 인사가 난 후) 인사에 불만을 가진 국정원 간부 일부가 대통령실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여기에는 A 씨가 지난해부터 주도한 과거 정부 인사 청산 과정에서 밀려나거나 조직 개편에 반대한 사람들도 포함됐다”고 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인사가 번복된 국·처장급 1급 가운데는 국정원 공채 출신인 A 씨는 물론이고 A 씨와 가까운 국정원 동기 여러 명이 포함됐다.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일부 고위 관계자들은 ‘특정 인사나 인맥이 부각된 인사는 문제가 있다’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인사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이) 투서를 받은 적은 없다. 투서를 받아 인사를 하거나 인사를 안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진정서 등의 방식으로 윤 대통령에게 여러 문제 제기가 들어갔다고 전했다.
● “국정원장 측근 A 씨, 인사-조직 개편 큰 그림”
정부 소식통은 “정통 외교관 출신인 김 원장이 취임한 후 A 씨가 인사와 조직개편의 큰 그림을 짰다”고 전했다. 지난해 2, 3급 간부 100여 명이 대폭 교체된 인사 등도 A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김 원장의 신임을 얻어 국정원 내부 개혁의 중심에 섰던 인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A 씨는 전체 그림을 기획할 줄 아는 능력, 한마디로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인물로 국정원 안에서 유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사 파트에서 기본 그림을 그리면 A 씨가 정무적 판단을 더해 김 원장에게 직접 보고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원 안팎에선 이번 인사 파동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조직 개편, 인사 방향 등을 두고 내부에서 커진 세력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A 씨가 국정원 인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었고 국정원 일부 간부들이 인사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다만 이번 인사 번복 파동의 배경을 두곤 의견이 엇갈렸다.
일각에선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 내부에선 통상 인력 교체가 상당했고, 이번 정부 출범 후에도 대규모 인적 쇄신 기조에 따라 A 씨가 역할을 수행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밀려난 세력이 집단 반발하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A 씨가 국정원 차장 등 고위급과 갈등이 있단 얘긴 못 들었다”면서 “인사가 많으면 불만 있는 이들은 항상 늘어난다. 그게 바로 이번 사태의 이유”라고 했다.
다만 A 씨가 인사 등 과정에서 의욕이 지나쳐 불필요한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A 씨가 역량도 뛰어나고 괜찮은 사람이지만 인사 구성이나 그 속도 등을 두고 내부에서 많은 의견 마찰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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