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외교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이에 따라 중-러의 반발이 생기면 그때그때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러에 대해 통합되고 조율된 ‘한국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현재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선명성’을 제시하는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한국이 원하는 ‘미중관계’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극 제시할 필요가 있다.”(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이 15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와 함께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정전 70주년 한미동맹 국제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美 전문가 “한국 자국 보호수단으로 동맹 중요성 재확인… 국내 정치가 향후 변수”
세미나에 참석한 한·미·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현재 상황에 대해 “북핵 위협이 최고로 고조돼 있고, 미-중-러의 갈등이 격화된 현시점에서는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는 데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정치학회장인 최아진 연세대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와 미사일 발사, 한국의 대북정책 변화 등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한 돌파구 모색은 당분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 한미일 협력과 북-중-러 협력이 각각 강화되고 있는 ‘신냉전’이 도래한 상황은 남북관계 개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선 결국 한미동맹 강화가 핵심이란 의견도 이어졌다.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 이르러 핵무기 보유국으로 재탄생함에 따라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해 확장억제(핵우산)를 확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오코노기 교수는 “한미일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미사일 공격을 저지하는 수준의 협력을 한다면 (일본 국내의) 이견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간 마련된)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느냐는 부분까지 확대된다면 문제는 더욱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 정책국장(미국 외교협회)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흐름에 대해 “한국은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전략적 명확성’과 ‘미국과의 연대를 추구했다”며 “그 결과 북핵 위협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한국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나 중국 등 외부의 위협보다도 한미 양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오히려 동맹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진보적인 북한 우선주의 지지자들이 동맹에서 이탈할 수 있다”며 “미국은 포퓰리즘적 대선 후보가 ‘한국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미국의 동맹 약속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 제외한 셈법 마련토록 우리부터 고민해야”
한미동맹을 둘러싼 앞으로의 과제를 두고 참가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EAI) 이사장은 “인공지능(AI) 시대로 변화하면서 (북한의 체제보장 수단으로서) 핵무기의 유용성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국면에 처한 건 북한일텐데, 북한이 핵을 제외한 새로운 셈법을 어떻게 마련토록 할지 앞으로의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한미동맹을 통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도모해 나가야하고 상호호혜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동시에 지역 차원의 평화와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포괄적 안보 기구를 설립하여 한반도에 있어서 정전체제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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