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국가정보원 1급 고위직 간부 인사 번복 사태와 관련한 진상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국정원 1급 간부 승진 인사가 일주일 만에 번복, 대기 발령 상태가 되는 초유의 ‘인사 파동’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대통령실이 직접 감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진상조사가 총책임자인 김규현 국정원장의 거취 문제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귀추에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정부소식통과 여권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달 국·처장급 1급 간부 5명에 대해 보직 인사를 했다가 5일 만에 발령을 취소하고 전원을 직무대기 발령했다.
특히 미국, 일본 등 핵심 국가에 주재 중인 거점장들도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태의 크기가 커졌다.
인사 번복의 배경에는 김 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A씨가 개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를 포함한 5명의 승진자 모두 1990년대 입사한 동기로 구성됐는데, 이를 두고 ‘인사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신구 권력 갈등설’, ‘인사 전횡설’ 등이 제기된다. A씨는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됐던 국내 정보 파트 출신으로, 외교관 출신인 김 원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추진된 국정원 개혁에서 A씨가 중추적 역할을 맡자,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던 인사들이 이번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태가 터졌다는 시각이다.
A씨가 그의 주변 인물들이 기용되도록 입김을 넣은 것이 문제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당초 국정원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단행됐던 것으로, 윤 대통령이 A씨에 대한 내부 제보를 받고 인사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14일 “(대통령실에서) 투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정부가 투서를 받고 인사를 하거나, (투서를 받고) 하지 않지 않는다”고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정원에서 인사 파열음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했던 조상준 당시 기조실장이 임명된 지 약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다. 당시에도 A씨를 중심으로 한 인사 갈등설이 불거진 바 있다.
또 한 달 앞선 같은 해 9월 국정원 1급 간부 20여명을 퇴직시키고, 12월에는 2·3급 보직자 100여명이 보직을 받지 못하는 등 대폭 물갈이가 단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불거진 인사 문제를 ‘3차 파동’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국정원 인사 관련 논란이 세 번째인데, 철저하게 정치 인사를 해오다가 그 고름이 터진 것”이라며 “국정원을 망가뜨리고 있는 핵심그룹은 문재인 정부 때 폐지한, 이른바 국내 정보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국정원 인사파동에 대한 진상조사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찰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시작하면 감찰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정보 사안”이라고만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국정원장의 거취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김 원장의 거취에 대해 “김 원장의 거취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인사 파동의) 원인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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