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인사파동]
金, 국정원 1급인사파동에 尹 면담
尹 “중대시점, 내부 말나오면 안돼… 인사 철회한게 불신임은 아니다”
여권內 “金원장이 책임져야”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1급 간부 인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을 찾아온 김규현 국정원장(사진)에게 “지금은 중대한 시점”이라며 “이렇게 (국정원) 내부에서 말이 나오면 안 된다”는 취지의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1급 간부 인사를 재가한 윤 대통령이 인사에 김 원장 측근 A 씨가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확인한 후 김 원장이 윤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7일 국정원 1급 간부 인사를 재가한 뒤 김 원장의 측근인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을 접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얼마 뒤 김 원장은 윤 대통령을 찾아가 인사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 일각에선 “김 원장이 사표를 들고 온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다만 당시 면담 때 윤 대통령이 김 원장 개인을 크게 질책하거나 문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내가 인사를 철회하는 것이 김 원장을 불신임하려는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이 불거지는 등 국정원 내부 상황에 대해선 깊은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중대 도발이 이어지고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외교안보 이슈가 산적한 시점에, 정보 최전선에 있는 국정원이 내부 문제로 시끄러워선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국정원 인사 문제 등과 관련해 국정원 안팎에서 관련 상황을 꾸준히 보고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2일 1급 인사 재가를 철회했다. A 씨의 과도한 인사 개입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이번 인사 번복 파동 전반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실과 여권 일각에서는 김 원장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조사 결과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김 원장 교체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고 이후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은 측근에게 “대통령께서 오해하시는 부분이 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거취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선 김 원장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16일 “일단 진상조사를 통한 실체 파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보기관 내 특정 인사의 인사 전횡 의혹이 외부로 드러난 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그 내용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19∼24일 파리, 베트남 순방에 나서는 만큼 순방 출발 전에 국정원장 교체 문제 등을 검토하기엔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아직 김 원장을 대체할 국정원장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국정원 내부의 인사 잡음에 대한 문제가 지난해부터 수차례 제기됐던 만큼 이번 조사 결과에 A 씨의 전횡 의혹 등의 문제가 분명히 밝혀질 경우 김 원장 교체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외교관 출신인 김 원장이 국정원 공채 출신 측근인 A 씨에게 휘둘렸다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거듭된 인사 파동과 관련해 김 원장의 책임도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김 원장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지 신중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보 소식통은 “김 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비교적 두터운 편”이라며 “A 씨 등에 대한 징계나 문책 수준으로 일단락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간첩단 수사 등 정부 출범 뒤 국정원의 공도 적지 않은 만큼 김 원장을 내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김 원장을 교체할 생각이었다면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을 찾아온 김 원장을 만났을 때 교체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때 윤 대통령이 “불신임하려는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건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에 무게를 뒀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에서 돌아온 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김 원장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할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 소식통은 “A 씨의 인사 전횡 의혹이 뚜렷이 확인되고 김 원장이 이를 방조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윤 대통령도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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