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난이도 논란]
대통령실 “쉬운 수능 말한 적 없어… 尹, 공정입시 강조한 것” 진화 나서
당정, 오늘 사교육비 절감책 등 논의
野 “尹 훈수에 수험생-학부모 공황”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50여 일 앞두고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출제 언급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수능 난이도 변수가 커졌다”라는 교육현장의 혼란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수능이 다섯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내지른 지시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고 날을 세웠다. 여권 일각에서도 “지난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 때와 ‘판박이’”라며 “교육정책 발표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는 만큼 정책 수립과 발표 과정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여당은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공정 입시’를 강조했던 것인데, 교육당국 브리핑을 거치는 과정에서 ‘쉬운 수능’ 논란으로 번졌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 “尹 대통령, ‘쉬운 수능’ 이야기한 적 없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 방침과 관련해 ‘학교 수업’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쉬운 수능’ 이야기를 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교육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아 다르고 어 다른’ 문제인데, 공약사항도 제대로 부처로 전달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대통령실의 갑갑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윤 대통령이 말한 ‘공정 입시’는 교육질서를 왜곡하지 않고 학생들이 공정한 출발선에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윤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모는 교육당국의 암묵적 카르텔, 사교육 시장에 대한 정조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브리핑에 나서 윤 대통령이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추진할 것을 지시한 사실을 밝히며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몇 시간 뒤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로 수정했다.
여당도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가 왜곡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수능 문제를 쉽게 내라, 어렵게 내라’라고 얘기한 게 아니지 않은가”라며 “공교육 경쟁력을 높여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했다. 당정은 19일 협의회를 열고 사교육비 절감,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주호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수능에 출제해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으로 고통받게 해선 안 된다는 대통령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책임론에 대해서는 해석의 영역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수능이 공교육 내에서 출제돼야 한다”는 대통령 지시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6월 모의평가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해 12년 만에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 野 “尹,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민주당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문제 삼으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교육 문외한인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 방식에 훈수질을 한 것은 잘못”이라며 “수능이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내지른 지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 부총리가 브리핑을 잘못한 탓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홍 원내대변인은 “자신이 지시해 놓고 뒤탈이 나자 아랫사람을 탓하는 뻔뻔한 대통령에 대해 국민은 기가 막히다”라고 했다. 같은 당 강선우 대변인도 “대통령이 불쑥 던졌던 ‘만 5세 입학’ 혼란은 당시 박순애 부총리의 경질로 얼렁뚱땅 넘어갔다”라며 “‘수능 난이도’ 혼란은 이주호 부총리 경질로 뭉갤 계획이냐”고 따졌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또다시 ‘장관 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전문 영역은 ‘모른 척’”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메시지가 잘못 나간 게 아니라, 말 몇 마디를 보태 현장에 혼란을 일으키는 대통령의 즉흥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만 5세 입학 논란’ 때처럼 교육부에 책임을 미루고 담당 국장을 경질한 건 일종의 꼬리자르기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수능에 대해 뭘 안다고 앞뒤가 맞지도 않는 모순적인 얘기를 함부로 해서 교육현장을 대혼란에 빠뜨리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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