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당국자 “새 협의체로 부상”
美는 대중압박 수위 높이고
韓, 상호주의 외교 지렛대 활용
“한미일 공조뒤 中과 대등외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대로 워싱턴에서 이뤄질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향후 정례화하는 방안을 두고 한미일 3국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한미일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와 같은 ‘동북아판 쿼드’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정찰위성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무력 도발을 재개한 북핵·미사일 위협에 3국 정상회담 정례화로 공동 대응하며, 이를 지렛대 삼아 대중(對中) 외교에도 국익과 원칙에 입각한 상호주의를 강화한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 “한미일 3국 회담, ‘동북아판 쿼드’ 될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초대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오로지 3국 간 논의를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이번 3국 정상회담의 의미는 크다”며 “이번 만남을 시작으로 3국 정상 회담만을 위한 만남이 향후 정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일 회담이 정례화하고 실질적 협력을 논의하는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지면 이는 ‘동북아판 쿼드’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인사가 ‘동북아판 쿼드’를 언급한 것은 향후 미국 일본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쿼드 안보협의체와 같이 동북아 역내 질서 유지를 위한 별도의 협의체가 구체적으로 부상할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등 3국 안보실장이 1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며 공조를 강화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회동에서는 7월 말이나 8월로 예상되는 3국 정상회담 개최 시기나 안건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논의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3국 회담이 정례화하면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인 쿼드에 더해 ‘동북아판 쿼드’로 기능하며 미국의 대중 압박 수위가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 위협에 맞선 실효적 확장억제 역량 강화를 꾀할 수 있는 동시에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중 외교에도 효과적인 카드로 받아들여진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쿼드가 중국에 대한 대항을 염두에 두고 만든 조직인 건 맞지만, (쿼드가) 중국과 대항한다고 얘기하지는 않는다”며 “한미일 회담을 정례화하고 구체화하는 게 중국과의 적대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 정부 “미중 정상 만남, 시기 문제…관리되고 있어”
이 같은 흐름 속에 정부는 미국 외교수장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긴밀히 살피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한미일 관계를 튼튼히 한 뒤에 이를 토대로 중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추구해 나간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으로도 불리는 정찰 풍선 사건을 기점으로 시기가 늦춰졌을 뿐, 미중 대화나 정상회담 역시 예상된 흐름 안에 있는 만큼 “큰 틀에서 (위기)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미, 한미일 관계를 강화한 뒤 이를 기초로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를 존중해야 한다. 이는 한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보느냐의 문제”라며 “전임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너무 굽히는’ 외교는 한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부당한 데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중 간 상호주의가 지켜지지 않은 사례로 △지방선거 외국인 투표권 △건강보험 적용 범위 △부동산 취득 자격 △담보대출 범위 등으로 압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를 위한 개선 필요성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갈 계획”이라며 “한중 상호주의에 초점을 맞추되, 다른 나라와의 상대적 형평성 등을 감안해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