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발사 실패를 19일 만에 주민들에게 알렸다. 대대적인 당 회의를 열어 관련 사실을 알리면서 앞으로 있을 재발사의 성공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8차 전원회의 결과를 알린 19일 관영매체 보도에서 지난달 31일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우주 발사체 ‘천리마 1형’의 발사가 실패한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발사 실패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사 실패 사실을 시인했으나 이는 대외적인 보도였을 뿐 주민들에게 관련 사실을 공표하지는 않아 왔다.
당 정치국은 전원회의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가장 엄중한 결함”이라고 평가하고 위성 발사 준비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꾼들의 ‘무책임성’을 비판했다. 이어 발사 실패 원인과 교훈을 철저히 분석해 ‘빠른 시일 안’에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 같은 전원회의의 내용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물론 조선중앙TV에도 보도됐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관련 사실을 전국에 공개한 것을 두고 북한이 ‘조속한 재발사’를 위한 상당한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년여 간 수시로 강조한 국방력 강화 핵심사업 중 하나가 ‘실패’한 상태로 장기간이 흐른다면 최고지도자의 위엄에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딛고 재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을 일종의 ‘성공담’으로 만들어 이를 체제 선전과 과시에 활용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내부적으로 사업을 고강도로 총화(결산)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알려 이른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기 위한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으론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 실패의 책임을 ‘무책임한 일꾼들’에게 돌린만큼 이번 실패가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의 문제가 아니라 간부들의 부족함임을 전국에 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퍼진 소문을 ‘진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감안하면 북한은 위성 재발사를 위한 ‘속도전’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대적인 경축을 예고한 7월27일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전에 재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다만 정반대로 이번 실패 사실 보도가 오히려 재발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나온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발사에서 문제가 됐던 발사체의 기술적 결함이 생각보다 심각해 재발사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고강도로 총화를 진행하고 실패 사실을 내부에 알렸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일 경우, 전원회의에서까지 ‘신랄한 비판’을 하며 문제화하지 않고 오류 수정 후 발사 강행 쪽으로 가겠지만, 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관련 일꾼들의 무책임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것은 기술적 결함이 생각보다 긴 시간을 요하거나 단순한 결함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다만 군사정찰위성의 발사는 북한이 2년 전에 연 제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중점 목표들 중 하나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업이다. 이 때문에 아무리 늦어져도 올해 하반기 내에는 재발사가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공언한 대로 빠른 시일 안에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시키는 것이 군사안보정책에서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면서 “당초 시간표대로 올 상반기에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성공시켜야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하반기 핵심 목표로 옮겨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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