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돌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자 정치권에선 곧장 ‘현실성’ 논란이 제기됐다. 헌법상 국회 회기 중엔 국회 동의 없이 현역 의원의 체포가 불가능하기 때문.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회기 중 검찰이 영장을 치면 어쩔 수 없이 (헌법에 따라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그 때 당론으로 가결하기로 한다든지, 방법은 있다. 표결 여부를 떠나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오면 체포동의안 표결에 올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민주당은 그 동안 이 대표의 ‘방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헌법에 따른 절차”라며 “개인이 선택적으로 표결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국민의힘은 “과거 ‘방탄’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며 “구체적으로 포기 약속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대표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불체포특권 포기는) 좋은 이야기”라면서도 “다만 그걸 어떻게 실천할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李, 회기 조정해서라도 영장심사 받아야”
이 대표가 국회 표결 없이 법원 영장실질심사로 직행하려면 검찰은 국회 회기를 피해 7~8월 초 사이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달 30일까지는 이미 6월 임시국회가 열려 있는 데다, 국회법에 따르면 8월 16일엔 결산을 위한 임시국회를 열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어 9월 1일부터는 100일 간 정기국회가 이어진다.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가 검찰에 사실상 수사 ‘데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사실상 내년 총선까지 국회 회기가 계속 이어지는 점을 노리고 ‘꼼수’로 불체포특권 카드를 던진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비이재명(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도 과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처럼 국회 회기를 조정해서라도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권 의원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청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양당 원내지도부에 요청해 7월 임시국회 소집 시기를 일주일 미루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이 대표가 돌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배경엔 구속영장이 실제 발부될 가능성이 적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측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대장동 및 성남FC후원금 의혹 외에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은 승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법원이 증거도 없이 영장을 인용할 가능성 적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발표 직전까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당초 배포된 연설문 속에 없던 불체포특권 포기를 발표하자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박수 갈채가, 국민의힘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이에 이 대표는 연설을 잠시 멈춘 채 국민의힘 의원석을 몇 초간 흘겨봤다.
연설 직후 ‘친명’(친이재명) 의원들 뿐 아니라 중립 성향 의원들도 “당 대표의 굳은 의지 표명”(김원이 의원) “오늘의 반전이 민주당 쇄신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김한정 의원) 등 지지를 보냈다.
● 與 “민주 의원들 체포동의안 다시 처리해야”
반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말로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이 포기 약속을 어케 실천할건지를 밝혀주시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남용했던 민주당 사람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다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도 했다.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식언이 되지 않으려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방탄용 국회 회기 연장을 중단하고, 그 기간 중 검찰이 구속 영장 청구할 때 곧바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페이스북에 “만시지탄”이라며 “돈 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이 선언이 나왔더라면, 진즉에 대선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굴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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