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까지 만난 블링컨, 미중 일보 전진…한국 외교엔 어떤 영향?

  • 뉴스1
  • 입력 2023년 6월 20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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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수장으로서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연쇄회담을 한 것은 미중관계 개선을 위한 일보 전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한국 외교에 있어서는 다각적 차원의 ‘숙제’가 제기된 상황으로 분석할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18~19일 1박2일간의 방중 일정을 소화하며 시 주석을 예방하고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을 면담했다.

미중의 패권 경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면이 급격하게 전환될 만큼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양국 간 ‘상황 관리 외교’가 시작된 모양새라는 점에서 정세 악화 흐름을 누그려뜨렸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19일(현지시간) 미중관계의 근본적인 진전은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양국이 “올바른 길 위에 있다”라며 이번 만남의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미중이 고위급 대면 소통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는 미중 양국 간 ‘가드레일’ 마련 등 안정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데 따른 것이다. 친강 부장은 올해 안에 미국을 방문할 것이 유력해 보이는데, 친 부장 역시 블링컨 장관의 방중 행보와 비슷하게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 계획이 무산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중국의 ‘정찰 풍선’(고고도 정찰용 기구)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친 부장의 ‘답방’ 성사로 한동안 미중 양국은 현안 해결에 있어 ‘대립’보다는 대화를 먼저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의 대(對)중국 외교 전략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재 한중 양국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이른바 ‘미국 베팅’ 발언으로 인한 경색의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발전’ 중시 기조를 겨냥,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건 분명히 잘못된 판단’ 등의 주장을 펼쳤고, 이로 인해 대중 여론이 악화됐다.

외교가 안팎에선 지금 분위기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 한중 간 고위급 소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싱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 당국의 ‘조치’가 없는 한 우리가 정식 대화를 먼저 제의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간 대화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는다면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에도 ‘공간’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첫 ‘시험대’는 한중 고위급 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주목되는 이유다.

내달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선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잇달아 열릴 예정인데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부장이 나란히 참석할 전망이다.

통상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때 한중 외교장관은 양자 및 다자 대면 회담을 하곤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이 회의에서 박 장관과 친 부장 간 양자 회담의 성사 여부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미중 간 대화 분위기를 살펴보며 한국이 중국과의 대화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지금까지 상호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한중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했다”며 “이젠 그와 함께 대중 외교에 있어 ‘구체적인 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차원에서 대화를 시도하면서 싱 대사 사태과 같은 돌발사태를 정부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미중 간 해빙무드를 언급했고 결국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며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과 실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우리도 이를 위해 미중 간 해빙 분위기에 편승해야 할 시점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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