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정상회담]
베트남, 희토류 매장 세계 2위 국가
中광물 수출 통제 대비 ‘위험 완화’
韓, 2030년까지 40억 달러 유상원조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보반트엉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의 희토류 개발을 위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 불린다. 중국과 베트남이 각각 세계 매장량 1, 2위다. 미중 경쟁으로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베트남을 통해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을 꾀한 것이다.
● “베트남 풍부한 희토류-韓 가공기술 결합”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베트남에 풍부한 희토류 개발과 관련해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날 희토류 등 광물 자원을 무기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이번 MOU를 통해 한국이 앞서 있는 핵심 광물 정·제련 기술과 베트남의 풍부한 광물 자원을 합쳐 고품질 희소금속 소재를 확보하고 베트남의 정·제련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수평적 모델을 구축하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나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지원 총력전에 나선 정부는 베트남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면서 중국산 광물자원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기차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용 희토류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86%다. 반도체 생산용 연마제로 쓰이는 희토류 역시 54%로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된다. 이밖에 배터리에 쓰이는 2차 전지 양극재용 리튬, 코발트, 망간의 중국 의존도는 각각 84%, 69%, 97%로 사실상 핵심 광물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는 실정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베트남은 희토류 세계 매장량 2위, 텅스텐 3위, 주석 10위, 보크사이트 2위, 티타늄 12위 등 수준의 자원 부국이다. 특히 지난해 베트남의 희토류 생산량은 4300t으로 2021년 400t에서 10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21만 t을 생산한 중국보다 미미하지만, 매장량은 2200만 t으로 중국의 절반에 이른다.
●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1500억 달러”
또 양국은 2030년까지 양국 간 연간 교역액을 지난해 교역량(877억 달러)의 2배에 가까운 1500억 달러 규모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무역 흑자 상대국이었던 중국과의 교역이 중국 내 경기침체,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등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베트남은 한국에 중국을 보완할 수 있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342억3900만 달러로 교역 상대국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경상수지는 77억8000만 달러 적자로 2001년 이후 21년 만에 적자를 봤다.
윤 대통령은 이날 2030년까지 베트남에 40억 달러의 유상원조와 2027년까지 2억 달러의 무상원조를 환경, 기후변화 대응, 보건, 교육, 디지털 전환 등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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