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박물관 특별전, 尹도 참관
영웅 공적-숫자로 본 동맹 등 눈길
한미방위조약 가조인식도 첫 공개
尹 “양국이 함께 흘린 피 잊어선 안돼”
‘1790000.’
25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 세부 코너인 ‘숫자로 본 한미동맹’에 적힌 이 숫자를 본 참석자들은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이국 땅에서 벌어진 한국전쟁에 목숨을 걸고 참전을 결정했던 미군 연인원을 뜻하는 숫자의 의미에 주목하면 그 무게감이 적지 않았던 것. 6·25전쟁 발발일인 이날 한미 정부가 선정한 참전용사 10대 영웅의 공적을 소개하는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전시도 시작됐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현대적 의미에서 보훈의 의미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여권에서 일고 있다.
● 미디어아트-기록사진-만화… 한미동맹 70주년 연중 특별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한미동맹 70주년과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41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25일엔 양국 정부가 선정한 ‘10대 영웅’이 등장했다.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미국 극동군 사령관, 자신은 미8군 사령관으로, 아들은 공군 조종사로 참전한 제임스 밴 플리트 미8군 사령관, 1950년 9월 서울 수복 당시 중앙청에 태극기를 다시 걸었던 박정모 해병대 대령 등 10명이다.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백선엽 육군 대장, 미8군 정보 연락장교로 결정적 첩보를 입수해 서울 탈환 작전에 기여한 김동석 육군 대령도 포함됐다.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을 성공시켜 10대 영웅에 선정된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96)은 ‘한미동맹의 6대 드라마’ 코너에도 등장한다. 1952년 당시 미군이 500회 출격에도 폭파하지 못한 북한군의 핵심 보급로 철교를 한국 공군이 14회 출격 끝에 폭파해 임무를 완수했다.
아울러 ‘기증자료로 본 한미동맹’ 전시에서는 미국 리버티 뉴스가 제작한 2분 분량의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조인식 장면이 처음 공개됐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조선의 대표였던 외교관 신헌이 쓴 ‘미국통상실기(美國通商實記)’의 한글 번역본이 전시되는 것도 처음이다. 곳곳에서 미디어아트, 기록사진,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한 것.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의 상호 관계가 미친 영향은 막대하지만, 젊은 세대가 이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장이 없었다”며 “한미동맹 70년 동안 펼쳐진 역전과 재역전, 반전의 드라마를 재미있고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보훈을 더는 엄숙주의에 가둬두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尹대통령, “피 묻은 군복 의미 기억해야”
윤 대통령도 이날 ‘숫자로 보는 한미동맹’을 비롯해 특별전을 관람한 뒤 “이 땅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미 양국이 함께 흘린 피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결단과 피눈물 나는 노력, 그 위에서 피어난 따뜻한 우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0대 영웅에 이름을 올린 김두만 장군을 비롯해 백선엽 장군의 후손 백남희 씨, 김동석 대령의 후손인 가수 김미령 씨 등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이 후손의 이름과 공로를 일일이 언급하자 현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도 “자유 대한민국을 있게 한 영웅들의 피 묻은 군복의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도 한국군 12만여 명과 미군 7500여 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공산 세력의 침략에 온몸으로 맞서 싸워 자유를 지켜낸 영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자유 대한민국을 더욱 굳건히 수호하고 세계시민의 자유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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