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가 올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 그리고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나가도록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1호 쇄신안인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혁신위 제안을 존중한다”면서도 “의원 개개인의 입장도 중요하다”며 혁신위 방안 두 가지에 모두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 혁신위 요구를 두고 당 지도부 내에서조차 “입법권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권리를 포기하란 것이냐”, “정치권을 너무 모르는 요구”란 반발이 나오는 탓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혁신위가 요구한 가결 당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도 “혁신위가 첫 과제로 제시한 불체포특권 포기조차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그런 혁신위는 존재 가치 자체가 없다”고 압박을 이어갔다.
● 혁신위 1호 쇄신안 두고 당내 반발
권 수석대변인은 26일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임시국회를 열지 않고 비회기 기간을 확보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하겠다”며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가 올 경우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혁신위에서 요구한 것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하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권 수석대변인은 “의원 개개인 권한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절차나 형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가결 당론을 의원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앞서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고 자율투표에 맡겨 “사실상의 부결을 유도한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권 수석대변인은 ‘기존의 당 입장과 같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혁신위 요구를 공식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서도 “총의를 모아가겠다”며 “구체적 형식이나 절차 부분에 대해 추가 논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혁신위 의견을 전폭 수용하겠다”던 지도부가 이처럼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한 건 혁신위의 쇄신안을 두고 지도부, 평의원, 비명(비이재명), 친명(친이재명) 구분 없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최고위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자체가 국회법상 무기명 투표인데 당론으로 선택을 강제하는 게 실현 가능하지 않다”며 “혁신위원들이 너무 정치권을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도 “가결을 당론으로 못 박아 놓으면 헌법적 권리 제약, 이탈자 발생 등 엉뚱한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 중립 성향의 재선 의원도 “당장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 의원 20명을 정치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선 위험하다”고 말했다.
●당 안팎선 “혁신 의지 없냐” 비판
국민의힘은 즉각 ‘혁신위 무용론’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당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하더니 막상 1호 혁신안을 내놓자 의원들 의견 수렴에 나선다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 아니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교섭단체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말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제 거듭된 ‘불체포특권 포기서’ 서명 제안을 회피한다면 거짓말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 로텐더홀에 책상 하나만 두고 만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게 힘들다면 제가 민주당 대표실로 찾아가겠다”고 압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