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를 겨냥해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고의 지연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6일 “지연된 과정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0개월여 만에 끝난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이날 “(문재인 정부) 5년간 국방부로부터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이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시민단체 반대 등으로 환경영항평가 협의회 구성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방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청와대의 노골적인 외압은 없었다”면서도 “당시에도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관련 법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 “통상 1년 걸리는 환경평가 5년간 안 해”
김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1년 만에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도출했는데 문재인 정권에서 왜 5년 동안이나 묵혀놓고 질질 끌며 뭉갠 건지 밝혀내야 한다”며 “권력자가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내지 못하게 지연시키도록 압력을 넣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회의 뒤 경북 성주를 찾은 김 대표는 “배후, 몸통이 있다. 그걸 반드시 밝혀야 된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21일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국방부가 환경영항평가 추진 협의회를 구성한 지 10개월 여 만이다.
2017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재검토를 지시했고 국방부는 그해 10월 통상 1년가량 걸리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5년여 동안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소규모 환경평가가 끝난 2017년 9월 이후 약 5년간 국방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이 없었다”며 “국방부는 2022년 8월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착수해 2023년 5월 11일 (환경부에)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시민단체 반대 등으로 환경영항평가협의회 구성의 핵심인 주민 대표를 선정하지 못해 평가가 시작되지 못했다”며 “환경영향평가의 막바지 단계인 국방부의 환경부에 대한 협의 요청 역시 당연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현 정부에선 성주군으로부터 협의회에 참여하는 주민대표 1명을 추천 받아 1년 만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정상화 의지만 있었다면 절차적 하자 없이 충분히 1~2년 내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 구성을 2019년부터 미룬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당시 환경평가법 시행령을 소극적으로 해석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가) 의도적으로 늦춰진 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환경평가 할 수 있었지만 관련법 적극 안 봐”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국방부 인사들의 설명은 엇갈렸다. 국방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사드는 1개 포대가 정상 배치 돼 있었다”며 “주민의 극심한 반대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할 경우 정부와 주민 간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되는 등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방부 고위직을 지낸 다른 인사는 “당시에도 환경영향평가를 착수하려면 할 수 있었지만 관련 법을 더 적극적으로 들여본 건 없었다 ”며 “청와대 등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외압은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사드 기조’가 지금과 확연히 달랐다는 건 다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은 “무능한 정부가 또 다시 전 정권 탓에 나섰다”고 반발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핵심 의원은 “당시 주민들의 반대가 극렬해 절차가 지연된 것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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