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위는 깃발을 들고 참석해달라. 도당 깃발은 오후 3시에 집회 장소에 세우겠다. 오후 3시 30분까지 도당 깃발 주위로 모여달라.” (더불어민주당 한 지역위원회의 문자메시지 공지)
다음달 1일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열리는 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전국 지역위원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연일 “이번 주 토요일, 남대문으로 모여달라”며 장외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동원’ 경쟁이 붙은 것. 특히 일부 지역위원회가 참석 ‘인증샷’과 함께 엑셀로 정리된 참석자 명단을 요구하면서 당내에선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 민주당, 1일 장외투쟁에 총집결 독려 공문
최근 민주당은 각 시·도당에 발송한 공문에서 이번 규탄대회 참석대상으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전국위원장, 주요 당직자와 지역위 핵심당원 등’을 명시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중앙당에서 주관하는 행사인만큼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각 시도당에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일 남대문을 시작으로 호남, 제주 등 전국을 돌기로 한 상황이라 첫 장외집회 참석 인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당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발언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당직자와 각 보좌진들도 사실상 전원 동원되는 분위기다.
각 시도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참여 인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한 의원실은 “당 차원의 동원령이 내려졌다고 하면 비판 여론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인지 이번엔 지역위들이 각자 말 안해도 알아서 동원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 지역위는 지역위 깃발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과 직책과 이름을 명시한 참석자 명단을 사후 요구하겠다고 공지했다. 도당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인원체크를 하는 곳도 있다. 한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참가 희망자를 사전에 추려서 엑셀에 정리하는 중”이라고 했다.
● “총선 앞두고 충성 경쟁하나” 부글부글
사실상 주말 장외투쟁에 강제 동원령이 내려진 데 대해 당 내부 불만도 들끓는 분위기다. 전북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위원장 성향, 공천 경쟁자 여부 등에 따라 충성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고 했다. 광주 지역 관계자는 “서울에서 열리면 수도권만 중심으로 하면 되는데, 장마철에 멀리서 동원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며 “그렇다고 해서 총선을 앞두고 올라가지 않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했다. 충청 지역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보좌진을 포함해 약 50명 정도가 집회에 참석하기로 해 전세버스도 따로 예약했다”고 했다.
장외투쟁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지역 관계자는 “장외투쟁은 원내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고 하는 것”이라며 “장외집회와 단식농성, 삭발 등 극단적인 방식이 단기적으로 이목을 끌 수는 있어도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대책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국을 돌며 괴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당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테스크포스(TF) 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앞세워 국민에게 공포를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민주당의) 선동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성일종 TF위원장도 “전국을 돌면서 우리 수산물이 마치 먹어선 안 될 음식인 것처럼 선동하며 우리 어민들을 죽이는 짓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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