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모두 외부 인사 발탁…北인권 문제 매개 '강대강' 기조 강화 전망
흡수통일론 주장에 부적격 논란…대립·대결 기조에 분열 가속화 우려도
통일부 차기 장·차관 자리가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졌다. 장관에는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차관은 미국통으로 분류되는 외교관 출신 문승현 주태국 대사가 29일 내정됐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인권 문제를 매개로 북한을 압박하는 등 현 정부의 ‘강 대 강’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장관 후보자는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와 학계에선 대북 강경파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 면전에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적대적인 시각을 여러 차례 표출하며 ‘김정은 정권 타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4월18일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 기고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며 사실상 ‘강압적 흡수통일’론을 주장했다.
이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해 ‘흡수통일’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헌법 4조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 정부 들어서는 지난 2월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중장기 통일 방안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연구해왔다.
이 구상은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는 별개로, 1988년 7·7선언과 1994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뒤를 잇는 중장기 대북·통일정책의 새로운 토대가 될 전망이다. 헌법가치와 인류 보편가치를 고려해 자유, 인권, 평화, 번영, 개방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문 차관 내정자는 외교부 북미국장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외교비서관 등을 역임한 정통 외교관이다. 주미대사관에서 2등서기관과 공사참사관으로 2차례 근무했고 외교부 북미1과장과 북미국장을 차례로 지낸 대표적 미국통이다.
통일부 외부 인사가 차관에 발탁된 것은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통일부 전신인 통일원까지 고려하면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외교관 출신 김석우 차관이 임명된 후 27년 만이다.
이번 인사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기반으로 한 통일 정책을 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인권 문제를 매개로 북한을 압박하는 역할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통일부 기능과 성격이 대대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통일부의 역할이 남북 대화·협력보다 북한인권 문제 제기 등 대북 압박 중심으로 바뀔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인사가 통일부 본연의 기능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일부는 4·19 혁명 이후 사회 각계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제도적으로 통일 문제를 다루기 위해 1969년 3월 1일에 통일원으로 출범했다.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홍보 등을 주요 업무로 관장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일부는 헌법에 명시된 평화 통일의 임무를 행정·실무·전략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직”이라며 “대북·통일정책의 국민적 컨센서스(집단을 구성하는 사람들 간의 일치된 의견)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진영화되고 당파적으로 분열된 정책 방향이 더욱 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하며 그것을 토대로 압박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대적 대북관과 극우적 시각은 통일부 장관으로서는 부적격이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통일부가 아니라 대립과 대결을 통해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대결부 또는 흡수통일부의 출발을 알리는 인사”라며 “조만간 통일부가 외교부로 병합되는 외교통일부로 가는 과도기적 인사”라고 평가 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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